독백/영화

[밤과 낮]

아는사람 2010. 1. 27. 21:47


밤과 낮
감독 홍상수 (2008 / 한국)
출연 김영호, 박은혜, 황수정, 기주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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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한국영상자료원에 가서 이 영화 [밤과 낮]을 보았다. 이로써 홍상수의 전작을, 단편 [첩첩산중]을 제외하고, 다 본 셈이다. 나의 베스트를 꼽아보자면, [오! 수정],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리고 바로 이 영화 [밤과 낮]이 되겠다. 

이 영화는 속죄의 드라마도 아니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도 아니고, 남성의 징글징글한 욕망만을 다룬 영화도 아니다.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무엇인가 다른 것으로 생각한다. 그게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확실히 홍상수는 여러 면에서 진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가 예술영화를 찍는 감독이어서 좋은 게 아니라, 자신의 욕망과 이야기에 당당한 사람이어서(그런 것 같아서) 좋다. 그의 영화를 내가 계속 찾아본 것은, 그것이 나에게 대단한 감동을 주었다거나 굉장한 깨달음을 주었기 때문이 아니라 다만 한 인간의 무척 솔직하고 담백한 고백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밤과 낮]에 이르러 그는 그러한 고백을 심지어 유연하게 하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나는 생각한다.

[밤과 낮]에는 베토벤 7번 교향곡의 2악장 일부가 무척 흥미로운 테마곡으로 쓰였다. 엔딩 크레딧을 보니 구스타보 두다멜이 지휘한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의 연주였다. 이 음반이 집에 있어서 조금 신기했다. 두다멜의 극단적인 템포 설정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영화에 쓰인 부분은 정말 절묘했다. 영화 속 음악의 힘이란 정말이지 때로 경이롭다.



(레너드 번스타인 지휘, 빈 필하모닉 - 베토벤 7번 2악장)


별점 : ★★ (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