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에는 자크 타티에 관한 글을 써볼 생각이다. 위대한 희극 배우 겸 감독 가운데 내가 감히 이해한다고 자부할 수 있는 이는 채플린이지만, 탐구하고 싶은 사람은 바로 타티이다. 버스터 키튼 역시 그와 같은 맥락에서 깊이 살펴보고 싶은 위대한 시네아스트이나, 불행히도 그의 영화는 본 것이 그리 많지 않다. 반면 타티의 영화는 장편만 놓고 보자면 [트래픽]을 뺀 그의 전작을 다 감상했다. 작년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 자크 타티 회고전 덕분이다.
채플린이 영화 속 인물에 자신을 적극적으로 투영했다면, 타티는 철저히 자신을 배제한 윌로 씨란 인물을 창조해냈다. 타티는 그 인물 속에 자신을 꼭꼭 숨긴 채 그야말로 영화적인 너무나 영화적인 발언을 했다. 즉, 그는 말하는 대신 행동했고, 설명하는 대신 보여주었다. 타티의 영화는 다 유성영화이며 음향이 그만큼 중요한 요소이지만, 적어도 타티가 연기하는 윌로 씨만큼은 무성영화에 적합한, 아니 무성영화 자체를 닮은 인물이다. 그의 대사는 몇 개의 음절에 그치기가 일쑤고, 한 문장에 이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내 기억으로는 전혀 없었던 것 같다).
글을 완성하기 전에 그의 영화 중 적어도 한 편은 다시 보고 싶고, 또 그래야만 할 것 같다. [윌로 씨의 휴가]나 [나의 아저씨] 중 한편이 되겠지. 타티의 다른 작품은 몰라도 [나의 아저씨]만큼은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영화이다.
(자크 타티, 1907-19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