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

정치 이야기

아는사람 2010. 6. 2. 20:48


시사만화를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끔 인정할 수밖에 없는 물건이 보이곤 한다. 






그리고...



정치를 주제로 한 얘기는 웬만해서는 하고 싶지가 않다. 그 누구와 얘기를 하더라도 의견 일치가 잘 안 되기 때문이고, 의견 일치가 안 되더라도 별문제가 없는 다른 여러 대화 소재와는 달리 유독 이 분야에서만큼은 첨예한 갈등과 대립 구도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그러한 갈등은 또한 지극히 소모적이기 일쑤이다. 상대방의 견해를 수용하거나 내 견해를 합리적으로 전달하는 대신, 애당초 결코 합의점에 다다를 수 없는 논제였다는 듯이 편을 가른 채 자신의 아집에만 더욱 빠져들곤 하는 게 다반사 아니던가.

그럼에도, 답답해서 얘기를 꺼내고 싶을 때가 있다. 가령 아버지가 '중도'의 가치를 내세우며 "넌 무조건 한나라당은 안 찍을 거지?" 하고 물으실 때, 나는 정말 답답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물론 나는 한나라당 후보는 찍을 생각이 없다. 하지만 그것은 한나라당이 '절대 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니다. 다만 나의 계급적인 척도로 볼 때, 혹은 양심적인 척도나 상식적인 척도로 가늠해볼 때, 그들이 내세우는 가치관이나 정치색에 동의할 수가 없기 때문에 찍지 않는 것뿐이다. '당'이 아닌 '사람'을 보라는 말 역시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다. 어떠한 당이건 간에 공천을 얻어 출마하는 이들은 그 중앙당의 성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으며 오히려 적극적인 동의를 표한 상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이나 그놈이 그놈이라는 말에는 나도 동의한다. 민주당은 그저 한나라당보다 덜 노골적일 따름이라고 생각한다. '보수 대 진보'의 구도는 가능하지만, 그 구도에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끼워넣는 일은 난센스라고 본다. 그것은 '극우파 대 우파'의 구도일 따름이다. 

민주당을 향한 비판적 지지에는 그래서 개인적으로 조금 진력이 난다. 나는 진보신당 당원이며, 진보신당을 지지한다. 내가 바라는 것은 진보신당의 집권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은 매우 한정된 분야에서만(비례대표나 자그마한 자치구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심상정 경기도지사 후보가 사퇴했을 때, 물론 절망스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기도 했다. 여론조사 결과 그의 지지율은 한자릿수에 그쳤고, 현실적으로 김문수 현 도지사의 재집권을 막으려면 유시민 후보와 함께하는 것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진보신당은 어떠한 가치를 지향하는가? 예전에는 그에 대해 깊이, 성실히 생각해보려 노력했던 것도 같지만, 솔직히 말하면 이제는 알아볼 기력이 없다. 아무 힘도 가지지 못하는 이들을 지지하는 일은 그렇듯 맥이 빠지는 일이다. 정말 건강한 사람이 아니라면 쉽게 해낼 수 없는 일 말이다(물론 그만큼 상대적으로 책임감이 없으니 신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다만 나는 그들이 지향하는 바가 일반적으로 유럽에서 통용되는 진보정당의 그것과 비슷하다는 것 정도는 안다. 그들이 내세우는 가치관은 서구사회의 기준으로 볼 때 '지나친' 것, 즉 '극좌'의 그것이 절대 아니다. 다만 오랜 세월 분단으로 짓이겨진 국가에서 활동하는 정당이기에 이들의 색이 지나치게 빨갛게 보일 따름이다. 

이길 가능성이 없는 정당에 투표하는 것은 매우 무기력한 일이고, 그만큼 반항적인 일이다. 투표로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말에 선뜻 동의하지는 못하겠다. 정말 이 세상이 바뀌려면 어떠한 혁명이 일어나야 하지 않을까. 사실 잘 모르겠다. 정치 이야기는 정말 조금 지겹다. 하지만 자꾸 희망을 품게 된다. 부질없는 희망인 줄 알면서도.




(노회찬은 한명숙 후보와 단일화를 하지 않았다. 잘한 일이다. 나는 그가 2012년 대선에 출마하기를 바란다. 다음 대선에도, 다음다음 대선에도. 잘 되진 않겠지만, 그래도 계속 나와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