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2011.6.30-7.29)

[유럽] 7월 4일 - 런던 (하이드 파크, 애비 로드, 리젠트 파크)

아는사람 2011. 7. 31. 18:07


7월 4일(월)
-하이드 파크, 세인트 마가렛 교회, 노팅힐, 호스 가드, 캠든 타운, 애비 로드, 리젠트 파크



호스텔과 마트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아침을 해결하다가 어느덧 런던에서의 마지막 날을 맞이하자 영국의 수도에 와서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를 먹지 않고 간다는 것은 윤리적이지 않은 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숙소 근처 카페 및 식당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발견한 곳은 Portland Cafe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Big English Breakfast'라고 쓴 메뉴가 카페 앞 유리창에 붙어 있던 곳이었고, 무엇보다도 숙소에서 가까웠다. 어제 펍에서의 경험을 되살려 이번에도 한번 영국 음식점의 수준을 믿어보기로 했고, 그 믿음은 좌절당하지 않았다. 이곳의 맛은... 훌륭했다.




가장 먼저 나온 홍차. 우연히도 내가 앉은 테이블에 타블로이드지가 하나 있었다. 이보다 더 완벽한 영국식 아침 식사가 있을 수 있을까.



홍차를 몇 모금 마신 뒤 영국식대로 우유를 조금 넣었다. 넣기 전과 후 모두 맛이 훌륭했다.



홍차 다음으로 나온 토스트. 버터가 발라져 있고, 노릇하게 딱 적당히 구워져 있었다.



그리고 나온 본격적인 메뉴. 콩, 소시지, 계란 후라이, 베이컨, 해쉬 브라운... 그리고 버섯까지. 가슴이 떨릴 정도였다.



맛은 훌륭했다. 훌륭한데 양까지 많으니 더 바랄 것이 없었다. 어제 먹은 피쉬 앤 칩스는 고생 끝에 먹은 음식이어서 어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고 먹었다면, 이날 먹은 아침은 아주 느긋하게 하나하나 음미하며 잘 먹었다. 다 먹고 나니 런던에서의 마지막 날을 맞이할 준비가 다 된 느낌이 들었다.




넉넉한 배와 느긋한 마음으로 나와 간 곳은 바로 하이드 파크. 



하이드 파크로 가는 길목에 있던 것. 



역시 이날도 날씨는 좋았다.



하이드 파크에 도착해서 둘러보기 시작했다.



런던에서 가장 큰 공원이라는 말은 듣긴 했지만, 또 예전에 런던에 왔을 때 한번 얼핏 보긴 했지만, 실제로 혼자 돌아다니려니 그제야 비로소 그 크기가 실감이 났다.








런던은 하여간 쓰레기통의 디자인마저도 이렇듯 세심히 주변과 조화를 이루도록 신경을 써놓았다.



하이드 파크의 연못에 있던 백조.







하이드 파크는 아름다운 부분도 분명히 있지만, 너무 넓고 또 길 대부분이 흙이나 모래로 덮여 있어서 걸어 다니기가 그리 쾌적한 공원은 아니었다. 개인적으로는 버킹엄 궁전 옆에 있는 세인트 제임스 파크가 런던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공원이었다. 



하이드 파크에서 로열 앨버트 홀을 마주하고 서 있는 앨버트 기념비.





멋지긴 한데, 공원이 너무 넓다 보니 주변이 조금 황량한 편이었다.



그리고 로열 앨버트 홀.


런던에서 여행을 시작하는 대신 끝냈더라면, 7월 중순부터 시작했던 BBC 프롬스 공연도 볼 수 있었을 테고, 이 공연장에도 들어가 볼 수 있었을 텐데... 별다른 공연이 없던 이날의 이 건물을 보고 있자니 아쉬운 마음이 앞섰다.




하이드 파크의 안내 지도. 지하철역 두세 개를 아우를 정도로 거대한 규모다.



로열 앨버트 홀.



그리고 노팅힐 쪽으로 갔다. 날이 살짝 더워서 영국 커피 체인점인 카페 네로에서 아이스드 커피 한 잔을 사 마셨다. 근데 맛이 별로였다. 그리고 노팅힐 부근에는 뭐랄까... 딱히 정해진 루트가 없이 상점이 온 사방에 펼쳐져 있고, 각각의 상점이 약간 난해해서 딱히 어디를 보아야 할지 잘 알 수가 없었다.


사진에 담지는 않았지만, 매우 좋은 헌책방도 한 곳 있었다. 1층과 지하층으로 이루어진 적당한 규모의 헌책방이었다. 놀라운 점은 지하층에 있는 헌책을 모두 50펜스, 즉 우리나라 돈으로 900원가량에 팔고 있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요즘에는 헌책방에서 그 가격에 책을 파는 일이 드문데... 하여간 내려가서 보니 그 책의 수준도 상당했다. 하지만 이후 일정이 많이 남아 있었던 터라 이곳에서부터 책을 사기 시작하면 짐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아무것도 사지는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한두 권 정도만이라도 사올 것을 그랬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노팅힐 게이트 역.



이날은 하여간 아침을 잘 먹은 덕분인지, 전날 푹 쉬었던 덕분인지 몸 상태가 제법 괜찮았다. 그리하여 웨스트민스터 사원 옆 세인트 마가렛 교회에서 무료로 진행되는 점심 콘서트에 갈 여력도 있었다.



이날의 프로그램과 연주자에 관한 소개문.


이날 공연은 적당히 대중적이고 또 한낮에 잘 어울리는 프로그램으로 짜여 있었다. 연주자들은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런던의 로열 아카데미에서 수여하는 장학 프로그램의 수혜자로 구성되어 있었고, 연주도 그랬고 무대 매너나 외모 등등이 훌륭했다. :) 런던에 온 이후로 음악을 거의 듣지 않은 채 지내다가 들었던 음악이기에, 그것도 이렇듯 직접 연주를 듣는 것이었기에 감회가 남다르기도 했고, 본 공연 자체도 좋은 편이었다. 관객들도 대부분 관광객으로 이루어진 것 같았음에도 다들 차분히 음악에 집중하는 분위기를 보여주었다.

  
 


한 시간 가량의 공연이 끝난 후 며칠간 계속 오갔지만 제대로 보지 못했던 웨스트민스터 역 주변 거리를 올라가며 살펴보았다.



관광객의 배경화면 같았던 런던 호스 가드.



안으로 들어가면 말에 타지 않은 채 가만히 서 있는 호위병도 볼 수 있다. 얼굴은 무척 앳되어 보였는데... 안 움직이느라 고생하는 것 같았다.




호스 가드 문을 지나 내부로 들어간 모습.



뭔가 멋졌는데 햇빛이 강렬해서 더 둘러보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박물관도 있는 모양.



런던 기념품 가게. 프렌즈에서 조이가 저 길쭉한 런던 모자를 사서 쓰고 다니자 챈들러가 짜증을 냈던 게 기억났다. ㅎㅎ



돌아다니다 보니 주영한국문화원도 보였다.



[마더]를 상영한다는 공지. 그래 이 정도 영화는 되어야 한국을 대표할 만하지.



그리고 온갖 가이드북에 나온 '셜록 홈즈' 펍에 가보았다.




전날 마셔보니 맥주 한 파인트는 너무 많은 것 같아 반 파인트로 시켰다. 그랬더니 조금 모자라는 감이 있었다. 이때만 해도 대낮에 맥주를 마신다는 게 조금 어색했지만, 파리에 간 이후로 점점 그 의식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맥주와 함께 먹은 것은 '셜록 홈즈' 메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별것은 없고 그냥 스테이크에 칩스가 곁들여 나오는 것.



굉장히 비쌌지만, 맛이 그만큼 괜찮았기에 잘 먹었다. 더군다나 한국에서 스테이크를 먹으려면 어딜 가건 5만원 정도는 줘야 하지 않나? 그 점을 생각하면 그리 비싼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는 셰익스피어 원형극장에 갈까, 아니면 시장에 갈까 고민하다가 시장에 갔는데, 런던에서 유일하게 간 것을 후회하는 장소가 바로 이곳이다. 정말이지 조잡하고 별로 볼 것도 없고... 캠든타운이 원래 다른 곳보다 더 정신없는 시장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나에게는 정말 별로였다. 버스 타는 곳도 너무 여러 곳인데다가 길이 복잡해서 한참 헤맸다.




캠든마켓을 떠나 워털루 역에 도착했다. 



유럽의 기차역은 사실상 처음 가본 것이기도 하고, 또 그 유명한 '워털루' 역이기에 조금 둘러보았다.



워털루 역을 얼추 둘러보고 셰익스피어 원형극장에 간다고 갔는데, 내가 지도를 대충 본 탓에 그냥 무작정 사우스뱅크에 내려버렸고, 내가 내린 곳에서 셰익스피어 원형극장까지는 버스로 두세 정거장 떨어진 곳이었다. 하지만 캠든타운에서 시간이 지체되는 바람에 원형극장 관람 시간은 이미 거의 다 끝난 상태였다. 그래서 자포자기하는 마음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BFI 건물 바로 앞에 이렇듯 헌책 좌판이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노팅힐에서 보았던 그 헌책방만한 가격과 물건은 딱히 보이질 않아서 이번에도 그냥 지나쳤다.




그리고는 애비 로드에 갔다. 애비 로드는 시내 외곽 쪽에 있었다. 그 주변은 그냥 아무것도 없는 주택가였다.



애비 로드 버스 역에서 내려서 벽을 보니 이렇듯 비틀즈 관련한 낙서가 온 사방에 널려 있었다.



All you need is love.



이곳이 바로 그 애비 로드다. ㅎㅎ 자세히 보면 사람들이 저 횡단보도를 조금 어색하게 건너고 있는 것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길을 건너고 있고, 이 사진 뒤편에는 그들을 카메라로 담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애비 로드 횡단보도.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본 애비 로드.


주변에 별 게 없어서 조금 썰렁했지만, 주변에 다른 관광객이 많아서 그냥 이름만 애비 로드이고 다른 장소가 아닌가... 하고 불안해하며 왔던 내 마음이 안정되기는 했다. 어쨌든 다녀오길 잘한 것 같다. 


 


이제 마지막으로 숙소 주변에 있었으나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리전트 파크에 가려고 발걸음을 옮기다가 이런 것을 발견했다. [우주전쟁]의 그 H.G. 웰스가 7년간 살던 곳이었다니... 이래서 유럽의 도시는 함부로 볼 수가 없는 것 같다. 별것 아닌 것 같은 곳에도 가만히 보면 굉장한 역사가 숨어있다.



그 길을 따라 쭉 걷다 보니 나온 셜록 홈즈 박물관. 개관 시간이 지나서 내부는 둘러볼 수 없었다. 하지만 아마 열려 있었어도 둘러보지는 않았을 듯. 


이곳의 재밌는 사실은 소설 속 셜록 홈즈의 집으로 나오는 베이커 가 221B 번지에 그대로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리전트 파크에 드디어 왔다. 들어서자마자 거대한 개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던 한 여인을 발견했다.





하이드 파크만큼은 아니지만 역시나 거대한 리전트 파크.





프랑스 공원처럼 정원 식으로 잘 꾸며놓은 공간이 많아 인상적이기도 했다. 런던의 다른 공원과 차별되는 점 같더라. 역시 왕실만 드나들었다는 옛 역사가 무색하지 않은 곳이었다.




리젠트 파크도 제법 마음에 드는 공원이었으나... 역시 아담한 규모의 세인트 제임스 파크가 나는 가장 좋았다.




마지막으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잠시 들른 옥스포드 거리. 지나갈 때마다 느꼈던 것이지만 런던의 건축은 어딜 가나 '쩔어주는' 면모가 있고, 옥스포드 거리에 가면 그 정수를 체험할 수 있다.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나 베를린의 운터 덴 린덴을 이후에 가보기는 했지만, 런던의 이곳만큼 압도적인 인상을 받지는 못했다. 하여간 쇼핑 말고는 달리할 것이 없는 거리치고는 품격이 있는 곳이었다.


이렇게 폭풍 같았던 런던에서의 마지막 날이 다 끝났다. 전날의 감기 기운은 이날도 어김없이 있었고, 말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목이 아프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열심히 돌아보길 잘한 것 같다. 런던에서 5박을 하기는 했지만 실질적으로 돌아본 것은 4일이었고, 조금 짧은 감이 있었다. 나중에 간다면 이번에 이만큼 보았으니까 여전히 비슷한 기간만 런던에 머물 것 같지만, 런던에 처음 가는 것이라면 최소한 일주일은 머물 것을 추천하고 싶다. 하루나 이틀 정도는 근교에 가고, 나머지는 온전히 런던에 투자하며 뮤지컬도 보고, 박물관도 천천히 둘러본다면 딱 적당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