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2011.6.30-7.29)

[유럽] 7월 11일 - 파리 (루브르 박물관, 시네마테크, 뤽상부르 정원)

아는사람 2011. 8. 6. 10:32


7월 11일(월)
-루브르 박물관, 파리 시네마테크, 프랑수와 미테랑 도서관(프랑스 국립 도서관), 오페라역(백화점), 생미셸 광장, 뤽상부르 정원


파리에서 보낸 마지막 날이다. 시간 여유가 꽤 된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둘러보지 못한 곳이 많았다. 애당초 둘러보고자 했던 곳은 다 보았지만, 막상 가서 보니 파리는 내가 미리 알아본 곳만 가본다고 해서 '다 보았다'고 말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볼거리가 넘쳐나는 도시였다. 

이날 아침 일찍 숙소에서 서둘러 나와서 처음으로 간 곳은 루브르 박물관이었다. 예전에 패키지여행으로 왔을 때 사실상 주요 작품을 다 보긴 했으나 박물관 자체를 제대로 보았다고 말하기에는 역부족이었기에 늘 아쉬움이 남던 공간이었다. 하지만 루브르 박물관에서 전시하는 작품 가운데 내 관심사에 해당하는 분야가 그리 많다고 보기는 어려워서 그만큼 고민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파리에 다시 올 날이 언제가 될지 모르는데 루브르 박물관에 들르지 않는 것은 후회될만한 일 같았고, 또 패키지여행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한번 제대로 둘러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기에 결국은 그곳으로 향했다. 



루브르 박물관의 입구는 두 곳이다. 한 곳은 지상에 있는 피라미드 쪽 입구이고, 다른 한 곳은 박물관 지하철역에 있는 입구. 지상 피라미드 쪽 입구는 항시 붐비지만, 지하철역 쪽 입구는 상대적으로 덜 붐비는 편이라는 얘기를 들었던 터라 나는 지하로 향했고, 과연 거의 기다리지 않았다.

예전에 왔을 때에는 가이드 뒤만 따라 다녔던 것이기에 박물관의 규모가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었는데, 이번에 혼자 가서 보니 장난이 아니었다. 이 박물관의 작품을 모두 다 보려면 7일이 꼬박 걸린다는 말은 허풍이 아니었다. 약도가 있어도 계속 헤매게 될 정도로 컸고, 복잡했다.



루브르 박물관은 총 세 개관으로 나뉘어 있다. 나는 그 중 한 관으로(아마 리슐리에 관이었을 것이다) 그냥 무작정 들어가서 천천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프랑스 조각상들이 보였고, 나폴레옹 3세의 거처였던 공간이 있었고... 하여간 둘러보면서 내가 지금껏 방문한 그 어느 박물관과도 차원이 다른 공간임을 몸소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냥 무작정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는 도저히 그 어느 친숙한 작품과도 마주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가이드북을 꺼내 들고, 어느 곳에 어느 유명작품이 있는지 확인한 뒤 그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 결과 세 개관에 모두 다 들어가 보았던 것 같고, 층수도 고루 돌아다녔던 것 같기는 하지만, 그야말로 그렇게 길을 찾는 것만으로도 온 힘이 다 빠져서 도저히 돌아볼 여력이 생기지 않더라. 플랑드르 회화나 고대 함무라비 법전 등이 전시된 공간을 얼추 보는 데에도, 각각의 공간 자체가 워낙 거대해서 예술작품 자체에 질릴 정도였다. :)

결국 다빈치의 모나리자나 보고 나가자는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도 그렇게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마지막 날에 루브르 박물관에 갔기에 그렇게 쉽게 지쳤던 것 같기도 하다. 하여간 루브르 박물관에 처음 가는 것이 아니라면, 일정을 넉넉하게 잡고, 그야말로 관심 있는 분야를 미리 생각하고 그 작품들이 있는 관을 미리 알아가서 그곳만 보고 오는 식으로(그러다 체력에 여유가 남으면 다른 곳도 둘러보는 식으로) 해야 할 것 같다. 루브르 박물관은 정말 너무나도 넓더라.



그래서 모나리자를 보러 갔는데... 위 사진을 봐도 알겠지만, 모나리자가 있던 곳은 말할 것도 없고 이 작품이 있는 공간의 입구부터 시장판이었다. 모나리자는 루브르 박물관에서 가장 돋보이는 작품은 절대 아닌 것 같지만 가장 유명한 작품임은 분명하기에, 박물관 곳곳에는 어느 방향으로 이동해야 이 그림이 있는지 표지판이 있다.

하여간 루브르 박물관에 방문한 인원 중 한 30-40%는 내가 보기에 그 표지판이 있는 곳에 몰려 있는 것 같았다. 그 인파 속에서 내 몸과 마음 상태는 둘 다 바닥을 쳤다. 나는 정신이 거의 다 나간 채 멍하니 있다가, 배도 고프고 해서 잠시 쉴 겸 박물관 밖으로 나왔다. 다시 들어가려면 또 길게 줄을 서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그 생각은 의도적으로 무시했다. 만약 다시 줄을 길게 서야 한다면 들어가지 않겠다는 생각은 그러나 의식적으로 했다. 그만큼 루브르 박물관은 그 당시 나에게 피곤하기만 한 공간이었다,



루브르 박물관 역에는 애플 스토어도 있었다. 이곳에서 잠시 와이파이의 은총을 누리며 안정을 찾았다.

나는 일단 근처 스타벅스 같은 곳에 들어가서 머리라도 식히면서, 루브르 박물관에서 더 시간을 보낼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갈지 정하려 했는데, 스타벅스에도 사람이 많더라. 마시고 싶었던 프라푸치노도 비쌌고. 

그래서 그냥 더는 고민하지 않고, 있는 내내 머리가 지끈거렸던 루브르 박물관을 떠났다.



그렇게 해서 간 곳은 파리 시네마테크가 있는 베흐시역이었다.

베흐시는 내가 머물던 민박집 아주머니도 추천하던 곳이었다. 상대적으로 덜 번화한 파리의 주변부에 해당하는 곳이지만, 얼마 전에 식물원 비슷한 공원을 조성하면서 가볼만한 곳이 되었다고 했다. 관광객도 훨씬 덜 찾아와서 조용한 편이고 파리의 상징으로 볼만한 관광지도 없지만, 그만큼 조용하고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뿐더러 또 주변 경관도 좋은 지역이라는 것이 그분이 얘기한 내용이었다.

나는 그런 사실은 미리 알지 못했던 터라, 내가 가고자 했던 파리 시네마테크가 바로 그 베흐시 지역에 있는 것을 나중에 발견하고는 약간 놀랐다. 근데 사실 베흐시를 제대로 둘러보지는 못했다. 이 바로 다음날 파리에는 비가 꽤 많이 내렸는데, 그 이유에서였는지 이날은 무척 더웠고, 루브르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이곳에 도착했을 무렵의 시각은 12시 정도였다. 그 더운 날 가장 더웠던 시각에 도저히 밖에서 돌아다닐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도 가는 길에 베흐시의 시설물 하나를 얼추 둘러볼 수는 있었다.



졸란, 쥬땜므. 
이런 낙서도 있었다.




이곳이 정확히 어떤 시설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멋졌다. 지금 보니 지하철역 출구 안내판에 나와 있는 Palais Omnisports라는 곳이 이곳을 가리키는 것 같다.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던 루브르 박물관에서 도망치듯 왔던 터라, 인적이 드물고 어딜 가건 조용했던 이곳 분위기는 제법 마음에 들었다.



얼마 안 되는 거리에 시네마테크 건물이 있었다.



6-7월 전시, 상영작 및 시설물 안내.



정말 가고 싶었던 곳이었기에, 실제로 보니 가슴이 벅찼다.



밖에서 볼 때에도 그랬지만, 안에 들어가 보니 더더욱 지은 지 얼마 안 된 건물 같았다. 그만큼 깔끔하고 세련된 공간이었지만, 내가 기대했던 그 오래된 파리 시네마테크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은 아니어서 아쉽기도 했다. 예전에 고다르와 트뤼포가 즐겨 방문했던 그 파리의 영화 시설에 가보고 싶었건만... 찾아보니 수차례 장소를 옮겨 결국 이곳에 정착하게 된 것이라 한다.



시네마테크 건물은 자그마한 공원/광장 바로 앞에 있었다. 그 광장의 이름은 바로 레너드 번스타인 광장. 내가 한때 무척 좋아했고, 지금도 여전히 좋아하는 지휘자의 이름을 딴 광장이라니 꽤 신기했다. 표지판 아래에는 작곡가이자 지휘자라는 안내가 나와 있고(그런 것 같다), 출생-사망연도도 나와 있었다.



꽤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였다. 



시원하기도 했다.



얼추 둘러보고 나니 배가 고파서 근처 샌드위치 가게에 들어갔다. 주변 분위기와 마찬가지로 깔끔하고 쾌적한 공간이었다. 원래 야채가 잔뜩 들어간 바게트 샌드위치를 먹고 싶었는데 메뉴를 잘못 선택해서 익힌 토마토와 참치가 들어간 파니니 샌드위치를 먹었다. 이런 종류의 빵은 거의 처음 먹어본 것이었기에 나름대로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다. 맛은 그냥 무난했다. 옆의 것은 과일 샐러드였고, 역시 그냥 무난한 맛이었다. 

천천히 음식을 먹으며 루브르 박물관에서 지쳤던 심신을 달랬다. 여행이라는 것이 즐겁기도 하지만 때로는 정말 지치는 순간도 있기 마련이다. 이날도 오전에는 상당히 지친 상태였지만, 그 이후로는 다행히도 기분도 좋고 몸 상태도 회복된 채 돌아다닐 수 있었다. 




샌드위치를 먹고 다시 찾아간 시네마테크. 



시네마테크는 도서관을 뜻하는 비블리오테크라는 단어를 염두에 두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단어다. 주로 그냥 시네마테크라고 부르긴 하지만, 굳이 번역해보자면 영화-도서관 정도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를 좋아하고, 또 단순히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서 체계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시네마테크만큼 매혹적이고 또 필요한 공간은 없으리라. 유명한 거장 감독이나 영화사에 큰 획을 그었던, 혹은 중요하나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여러 감독과 배우, 그리고 영화 사조 등을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달 간격으로 기획해서 보여주고, 영화 관련 학술서를 펴내고, 동시대에 활동하는 유명 영화인을 초청하여 강연이나 관객과의 대화를 주선하는 등 시네마테크가 하는 일은 무척이나 다양하다. 영화 분야에서는 그만큼 중요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파리에서만 이미 두 번이나 영화를 보았던 터라 이곳에서까지 영화를 볼 마음은 없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해서 물어봤는데 다행히도 영어로 상영하는 영화는 이날 상영작 중에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지금은 아마 끝났을 것 같지만, 내가 방문했던 시기에는 스탠리 큐브릭 특별전을 한창 하고 있었던 터라 상영작 목록 자체는 꽤 훌륭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영화는 못 보았지만, 대신 두 개 층에 걸쳐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던 스탠리 큐브릭 특별전과 조금은 간소했던 상설전시 공간을 둘러보았다. 스탠리 큐브릭에 관해서는 이날 본 전시 덕분에 꽤 많은 것을 알 수 있었고, 상설 전시는 파리 시네마테크의 명성에 비하면 다소 부족했던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상설 전시관 입구에 있던 직원은 정말 무척 예쁘고 상냥했던 터라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 :) 

 


파리 시네마테크 다음으로 찾아갔던 곳은 바로 프랑스 국립 도서관.



이곳에 갔던 이유는 파리 시네마테크가 있던 베흐시 역에서 딱 두 정거장 거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프랑스 국립 도서관의 명칭은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의 이름을 그대로 딴 프랑수와 미테랑 도서관이다. 아마 그가 집권했던 시기에 이 도서관의 건립이 추진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곳은 책 모양의 특이하고 현대적인 건축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나 역시 가이드북 등을 통해 여행 전부터 접한 바 있었기에, 한 번쯤 들러보고 싶던 곳이기도 했다.

기대했던 대로 멋진 곳이기는 했지만, 사실 너무 커서 직접 보는 것보다는 헬기에서 찍은 사진 같은 것으로 보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았다. 

일반 관광객도 입장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어차피 들어가 보았자 불어로 된 책이 주를 이룰 것이란 생각도 들었고, 또 루브르 박물관의 어마어마한 규모에 이미 질렸던 터라 그저 밖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비슷한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거대했던 이 건물 앞에서 그 안으로 들어갈 마음이 선뜻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서관 주변은 베흐시만큼 약간 휑한 편이었지만, 도서관 바로 옆에 큼직한 멀티플렉스 영화관도 하나 있고, 근처에 큰 마트나 카페도 있는 등 있을 것은 다 있는 곳이었다.




다음으로는 오페라역에 갔다. 파리의 백화점을 둘러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백화점 사진은 없다. 백화점 건물은 컸는데 주변 도로가 비좁았던 탓에 구도를 잡기가 어렵기도 했고, 또 햇빛이 워낙 강렬해서 밖에 오래 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방문한 백화점은 두 곳이다. 파리를 대표한다고 하는 라파예트 백화점과 프렝탕 백화점. 오페라역 뒤편으로 두 곳이 나란히 붙어 있었던 터라 찾아가기도 쉬운 편이었다.

파리는 사실 패션과 쇼핑의 도시라고 해도 과언 아닐 정도로 그 명성이 대단한 도시인데, 그 도시에서도 가장 유명한 백화점에 가는 것이었기에 꽤 기대가 컸다. 하지만 막상 가보니 별것 없었다. 프렝탕 백화점은 그래도 꽤 좋은 편이었지만, 라파예트 백화점은... 우리나라 킴스클럽보다도 못한 수준이었다. 그야말로 사람들은 바글바글한데, 시설은 낙후되어서 어딜 가건 칙칙했고, 물건들도 그리 많아 보이지는 않았다. 물론 그 안에 진열된 물건을 자세히 살펴본다면 그 어디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이었을지도 모르겠으나, 그런 물건이 진열된 공간 자체도 백화점이라는 시설에서는 중요한 요소일 텐데, 라파예트 백화점은 그런 부분이 형편없었다. 

쭉 둘러보고 나니, 백화점 수준만큼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상위권에 있는 것 같더라.



이 사진은 파리 곳곳에 있던 평범한 잡지 판매대를 찍은 것이다. 사진을 굳이 찍은 이유는, 판매대 외관을 장식하고 있던 잡지가 바로 '철학' 잡지였기 때문이다. 파리의 여러 실망스러운 면모에 고개를 내젓다가도, 이런 면을 마주하니 역시 다르긴 다르다는 생각과 함께 존경심마저 들었다. 

사진을 확대해서 보면 페터 한트케와 H.D. 소로우의 이름을 볼 수 있다. 그리고 표지 기사로 보이는 문장인 'La vie est-elle une suite de hasards?'를 구글 번역기로 돌려보니, '인생은 우연의 연속일까?'라는 뜻이라고 한다. 대단하다는 말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다.



이렇게 이것저것 구경을 하고 나니 어느덧 저녁 식사를 할 시간이 되었다. 그래서 찾은 곳은 바로 생 미셸 광장의 한 노천카페.



이것이 사실상 파리에서 마지막으로 하는 식사였기에, 나는 나름대로 신중을 기해서 식당을 택했다. 손님이 제법 많았고, 전망도 좋았고, 가격도 적당했으며, 무엇보다도 종업원이 매우매우 친절했다. 나이가 제법 있는 남자 종업원이었는데, 영어도 잘했을뿐더러 눈이 마주칠 때마다 미소를 지으면서 윙크를 해주어서 기분이 좋더라. ㅎㅎ 주문받는 것부터 음식을 가져다주는 것, 중간에 와서 식사가 괜찮은지 확인해주고, 계산서를 가져다 주는 것까지 한 치의 불만도 없게끔 민첩하고 능숙하게 잘 응대해주었다. 



내가 주문했던 것은 이탈리아식 샐러드와 하이네켄 맥주 한 잔, 그리고 물이었다. 



샐러드 맛은 무척 좋았다. 과일과 야채는 싱싱했고, 햄과 치즈는 적당히 짭조름하면서도 달콤했으며, 적당히 버무려진 소스 맛도 적절했다. 샐러드 하나로 식사가 될까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양도 무척 많은 편이어서 맥주와 함께 다 먹고 나니 정말 배가 불렀다.



그리고는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관광지였으나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뤽상부르 정원에 갔다.




파리 정원의 예쁘장함을 따를 곳은 없어 보였다.

















따로 설명이 필요 없는 공간이었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했다. 물론 바닥은 흙이어서 바람이 불면 별로일 것 같긴 했지만, 이날은 바람도 잠잠했고... 하여간 무척 좋았다. 

이렇게 돌아보고 나니 얼추 보고 싶은 곳은 이제 다 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곤하기도 했다.



숙소가 있던 역에 도착해서, 유럽의 여름에 해가 얼마나 늦게 지는지 증명하는 사진을 한 장 남기고 싶어서 이 사진을 찍었다. 시간은 분명히 20시 27분 25초, 즉 오후 8시 27분이건만... 하늘은 한없이 쾌청하기만 하다. 오후 10시 이전에 하늘이 어둑해지는 것은 비가 올 때뿐이었다. 내 여행 패턴이 주로 일찍 일어나서 쭉 돌아보고 10시 전후로 숙소에 들어오는 식이었으므로, 여행 내내 안전하게 돌아다니기는 했지만 야경을 보기는 무척 어려웠다. 



프렝탕 백화점 광고 사진. 파리 관광청에서 만든 무료 안내 책자 뒤편에 실려 있던 사진이다. 프렝탕 백화점은 이 사진 이미지에서 내가 받은 인상 그대로, 우아했고, 감각적이었고, 또 세련된 백화점이었다. 그 형편없던 라파예트 백화점을 보고 기대치를 확 낮춘 상태로 봤던 것이어서 더 좋은 인상을 받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우리나라 백화점 수준은 정말 높다..

이렇게 파리 일정이 다 끝나고 나자 여행의 반을 끝낸 느낌이 들었다. 물론 날짜상으로는 아직 많이 남아 있었지만,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고 또 중점을 두었던 곳이 바로 파리였기에 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다음날 급하게 짐을 챙기기가 싫어서 미리 짐을 챙겼다. 그리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곧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