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2011.6.30-7.29)

[유럽] 7월 28-29일 - 한국으로

아는사람 2011. 10. 10. 21:01


7월 28일(목)-29일(금)
-프랑크푸르트 공항, 홍콩 공항, 인천 공항



마지막 날, 아침부터 알람 시간을 잘못 맞춰놓아서 다른 룸메이트를 깨우는 등 실수가 잦았다. 기분 좋게 떠나는 길이었지만, 마음이 착잡했다. 새로운 관계 앞에서 늘 마찬가지로 행동하는 나를 지켜보고 있노라니 우울하기도 했다. 



공항에 너무 일찍 온 탓에 티켓 발권도 아직 시작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미리 온라인 체크인을 해놓은 상태여서 여러모로 여유는 있었다.



한참을 기다려서 겨우 짐을 부치고, 공항 내에 있는 카페 같은 바에 들어갔다. 동전을 다 털어 큼지막한 맥주 한 잔을 시켰다. 



정말 맛이 좋았지만, 기분은 여전히 우울했다. 더 우울해졌던 것 같기도 하다.



이런 곳이었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이용하기가 그리 쾌적한 공항이 아니었다. 시설 자체가 복잡하거나 나쁘지는 않았지만, 식당도 마땅치 않고 면세점도 규모가 작고 변변치 않아서 재미가 없었다. 게다가 뭐든지 다 비쌌고, 식수대가 없어서 더 고생했다. 비싼 돈 주고 물을 두어 병 사 마시고 나니 정이 다 떨어졌다.



드디어 비행기에 올라탔다.



유럽과 홍콩 사이를 오가는 케세이퍼시픽의 보잉 747기는 매우 쾌적하고 좋은 편이었다. 




어느새 몇 시간이 훌쩍. 유럽으로 갈 때에는 멀쩡히 깨어서 이것저것 다 챙겨보고 잘 있었지만, 돌아올 때에는 피곤해서 상당히 많이 졸았다.



유럽으로 갈 때 [패밀리 가이]를 쭉 보았다면, 유럽에서 올 때에는 [30 Rock]을 쭉 보았다. 티나 페이의 유머감각은 정말 대단하다.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을뿐더러, 미국 시트콤 특유의 빤한 설정도 매번 잘 피하는 듯싶다. 몇 시즌까지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오래 잘했으면, 다 끝나고 나면 또 다른 멋진 시리즈를 선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홍콩에서는 대기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아 잠시 있다가 곧 다시 비행기를 탔고, 홍콩에서 인천까지 오는 3-4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은 계속 잠만 잤다. 그러고 나니 한국에 도착했다. 우울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좋기도 했다. 삶이라는 게 이런 식으로 계속 이어진다는 게 신기하다는 생각도 얼핏 들었던 것 같다. 

인천공항에 도착하고 나서야, 지난 한 달간의 여행이 너무 짧았다는 생각이 서서히 들기 시작했다. 보통은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면 편안하고 아늑한 마음이 앞섰는데, 이번에는 계속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고, 불만이 계속 솟아올랐다. 더 길게 여행했으면 좋았으리라는 아쉬움이 정말 크게 들기 시작해서, 8월 내내 시차 적응의 어려움과 함께 그 아쉬움이 나를 지배했던 것 같다.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그래도 좋은 여행이었던 것 같다. 혼자 하는 여행은 이제 웬만큼 다 해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다음번에는, 좋은 동행을 찾아서 가고 싶다. 나도 누군가와 함께하는 법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이 여행을 다 마치고 나서 부쩍 들었다. 하지만 언제가 될지는 잘 모르겠고, 어느덧 두어 달이 지났지만 변한 바는 거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