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기타 등등

여러 가지

아는사람 2009. 8. 29. 21:47


1. 오랜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연락오는 사람이 많지도 않은데 누구인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지도 못했다. 

2. 낮술을 마셨다. 맥주 한 캔이었지만, 어쨌든 술은 술이었고, 기분이 안 좋아서 마신 것이었으니 더더욱 낮술다웠다. 곧 있으면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오랜만에 여러 사람을 만나서 겪는 일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고, 그 모든 것이 다시 한 번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확신이 드니 정말 괴롭다. 

3. 꽤 오래전, 로만 폴란스키의 [피아니스트]를 무척 감동적으로 본 지 얼마 되지 않아 우연히 미카엘 하네케의 [피아니스트]란 영화도 그에 못지않게 좋다는 얘기를 듣고 DVD를 샀더랬다. 처음에는 도저히 이자벨 위페르가 연기하는 피아니스트에 공감할 수가 없었는데, 나이를 먹고, 점점 고립되는 기간이 길어지는 가운데 그 영화를 다시 몇 번 보고 나니 눈물이 흐를 정도로 공감되는 순간이 있었다. 오늘도 그러했다, 비록 영화를 다시 보지는 않았지만 그 영화 속 몇몇 장면, 피아니스트의 고독이 너무나도 생생히 느껴졌다. 그래서 침대에 누워 그 영화 속에 흘러나왔던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와 삼중주를 들었다. 좋았고, 슬펐다.

4. 한심하다는 생각만 자꾸 든다. 정말 심하게 병든 것만 같다. 늘 축 늘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차라리 그러고 싶을 정도로 가끔 기운이 나는 것이 부질없이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