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름대로 헌책방 순례의 초기는 지나갔다는 생각이 든다. 짐짓 기대했던 것처럼 헌책방을 오가는 이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종종 그 비슷한 일이 생기기는 했다. 그 일은 소중한 것으로 다가왔지만, 내가 과연 그 소중한 일을 제대로 받아들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 초기를 지나왔다고 할 수 있다면, 그런 의미에서 무엇인가를 달리하고 싶다. 특히 어체를 바꾸고 싶다. 평어체 대신 경어체를 쓰는 것만으로 타인에게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으리라 막연히 판단한 과거의 자신을 회의하는 측면에서 그러하다. 생각해보면 경어체만큼 자기기만적인 어법도 없다. 만약 그것이 자기 자신을 들끓게 하는 욕망을, 자기 자신을 숨기고 공연한 수사를 배제한 채 다른 이들에게 여러 정보를 객관적으로 전달하고픈 욕구로 대체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