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 140

통영行

(2010년 9월 23-24일) 추석 연휴를 이용해 가족과 함께 통영에 다녀왔다. 가족 여행이 오랜만이기도 하고, 내 나이가 부모님과 함께 어디로 마냥 즐겁게 떠날 나이가 아니(라고 스스로 생각하)기도 한 데다가 아버지와의 사이가 그리 좋은 편도 아니어서 짐짓 걱정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꽤 즐겁고 편한 여행이 되었다. 이번에도 사진기는 따로 들고 가지 않았다. 휴대폰으로, 여행사진이라기보다는 '인증샷' 정도의 사진만 몇 장 찍었다. 동피랑 마을. 서울의 달동네와 비슷한, 다소 허름한 집이 언덕에 늘어서 있는 곳이었는데, 벽화를 그려놓으니 그리스 산토리니 부럽지 않을 정도로 예쁘장하게 보였다. 정작 그곳에 사는 이들은 몰려드는 관광객 때문에 조금 불편할 것 같기도 했지만. 홍상수의 영화 [하하하]에 나와 유..

[Irreversible]

돌이킬 수 없는 감독 가스파 노에 (2002 / 프랑스) 출연 모니카 벨루치,뱅상 카셀 상세보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어떠한 영화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지만, 어떠한 영화는 짓이겨놓는다. 단순히 그 소재가 잔혹하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 다다를 수 있는 한계 지점까지 나아가기 때문이며, 관객으로 하여금 방관할 수 없도록 미학적 방법론을 압도적인 수준으로 밀어붙이기 때문이다. 두 가지 부류 중 어느 쪽이 더 훌륭한지 가려내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애당초 여기에는 분류만 있을 뿐, 가치의 척도가 개입할 여지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둘 중 어떠한 것이 더 논쟁적인지 묻는다면, 별다른 망설임 없이, 짓이겨놓는 쪽이 움직이는 쪽보다 더 그러하다고 말할 수 있다. 위와 같은 맥락에서 살펴보았을 때, [돌이킬 ..

독백/영화 2010.09.21

20100918

얼마 전에 한 친구가 '이제 블로그의 시대도 끝난 것 같다'는 요지의 글을 쓴 것을 보았는데... 정말 그러고 보니 그런 것 같다. 트위터 같은 미니 블로그 형태의 창구만으로도 사실상 개인적인 잡담(혹은 그만큼 문학적이고 예술적인 소통) 같은 것은 다 해결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 블로그에서는 산문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었던 기록이 '140자' 같은 식의 글자 수 제한을 받으면서, 어떠한 시적인 정수에 다다르게 되었다는 감상도 든다. 물론 대다수는 그러한 흐름을 의식하지 않고, 오히려 거기에 역행하는 행위(엄청난 수의 언급mention과 블로그를 방불케 하는 타임라인 도배 등등)가 만연한 것이 현실이지만, 그래도 이것이 뭔가 새로운 가능성임은 분명한 사실로 여겨진다. 어제는 예술의전당에 가서 모차르트..

영화 예고편 몇 개

[Fair Game] 더그 라이만 감독(본 아이덴티티). 나오미 와츠, 숀 펜 주연. 나오미 와츠도 그렇지만, 숀 펜 역시 상대적으로 어두운 역할에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Black Swan]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 나탈리 포트만, 뱅상 카셀, 밀라 쿠니스. 전작 [레퀴엠]처럼 약간 공포물에 가까운 영화일 것 같다. 제목을 들었을 때부터 굉장히 기대했던 영화인데, 과연 어떨지 여전히 기대 중. [I Am Love] 루카 구아다그니노 감독. 틸다 스윈튼 주연.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상영했던, 어디에서 상영하건 간에 찬사를 불러일으켰던 영화. 스폰지하우스 카페에 가보니 이미 수입은 된 것 같고, 개봉 예정일도 올 11월 정도로 잡혀 있다. 틸다 스윈튼이 정말 압도적인 연기를 펼친다고 하는데, 정말 그..

독백/영화 2010.08.22

고독2

1 카페에는 며칠간 가지 못했다. 이번 주 월요일에 어쩌다 보니 육회를 먹게 되었는데, 그 탓인지 배탈이 나서 며칠간 고생했기 때문. 글도 쓰지 못했다. 개강하기 전에 미리 글을 써놓은 적은 없었지만 이번에는 꼭 그래야만 할 것 같아서 열심히 해보려고 하는데, 집중이 잘 안 된다. 굳이 쓸 필요도 없고 어쩌면 써서는 안 될 글이라는 것이 빤히 보여서, 즉 단순히 학점을 얻기 위한 글뿐이란 자각 탓에 그러한 것일까. 그 동기야 어찌되었건 간에 글을 완성하고 나면 학점과 별 관계없이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 법한 작품이 될 수도 있으리란 기대도 짐짓 섞여 있기에, 이 작업을 쉽게 그만둘 수도 없고 내 온 존재를 거기에 투영할 수도 없다. 이제 10여일 정도 남은 셈인데, 어떻게든 마무리야 지을 수 있겠지만 그..

고독

1 평화롭다. 하지만 곧 수다스러운 자아가 개입한다. 그리고 자학의 시간이 이어진다. 2 외로울 만하면 다른 사람을 만나며 방학을 보냈다. 따져 보니 일주일에 한 번꼴로 만난 것 같다. 그 정도면 나쁜 수준은 아니지. 3 표현수위가 센 영화를 며칠간 연달아 보았더니, 아직도 온몸이 얼얼한 느낌. 4 고독 속에서 보내는 최근 일과의 핵심은 카페에 넷북을 들고 가서 글을 쓰는 것. 집안에서는 도저히 글이 손에 안 잡혀서 조금 절박한 심정으로, 난생처음으로 해보게 된 일이다. 처음 두어 번은 짐짓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일이 수월해서 당분간 계속 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카페에 가는 것에 얼추 익숙해지고 나니 집에 있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이 되었다. 이렇게 할 이유야 얼마든지 있지만, 이렇게 할 필요가 있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