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59

[Leningrad Cowboys Go America]

[레닌그라드 카우보이 미국에 가다]는 무규칙 이종격투기의 정신을 영상의 문법으로 옮긴 것과 같은, 막 나가는 영화였다 :-) 아키 카우리스마키 필름. 장르 불명의 밴드, 레닌그라드 카우보이즈. 헤어스타일에 주목할 것. 레닌그라드 카우보이즈의 매니저역을 맡은 게리 올드만... 이라 해도 될 정도로 그와 닮은 마티 펠론파. 역시 헤어스타일에 주목. 레닌그라드 카우보이즈 중 동상에 걸린 한 멤버의 아버지. 역시 헤어스타일이 같다. 미국에 갔다가 실종된 그들의 조상. 그들의 곁에 있는 개. 그들의 신생아. 어찌어찌 하여 아메리카에 간 레닌그라드 카우보이즈, 로큰롤 밴드로 컨셉을 잡고 여러 클럽을 전전하게 되지만... 그들이 공연한 클럽은... ...망한다.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건강미 넘치는 밴드가 되고자 살갗을..

독백/영화 2009.07.06

[Le Silence de Lorna]

("로나! 로나!") 클로디가 부르는 로나의 이름에는 수없이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제발 도와줘, 나를 사랑해줘, 그리 냉정하게 나를 대하지 말아줘, 나를 인간적으로 ……. 로나는 그에 대해 우선은 침묵하고, 마지못해 대답하고, 뒤늦게 절절히 대답한다. [로나의 침묵]은 극사실주의로 일컬어도 될 정도로 전혀 가공하지 않은 듯한 현실을 다루는 영화다. 마약중독, 위장결혼, 살인 등 꽤 자극적인 소재를 아우름에도 흥미진진하다기보다는 고통스럽게 이 영화가 다가오는 이유는, 영화가 기승전결의 이야기를 택하되 기승전결의 연출을 택하지는 않았다는 데 있을 것이다. 특히 폭력과 성애는 오늘날 대다수 영화가 지향하는 바와는 달리 여기에서 날 것 그대로, 고요하면서도 끔찍하게 표현된다. 잔잔한 물결 아래 갑자기 나타나..

독백/영화 2009.07.01

[Twin Peaks]

(나 부끄럼 타는 여자 아니에요.) 데이빗 린치의 영화는 소위 말하는 B급 영화에 근접한 무엇이라 생각한다.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과 감독상을 받은 감독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그의 영화를 이루는 여러 요소는 덜 다듬어져 있다. 가령 배우들의 연기가 그렇다. 그의 영화 속 인물은 거의 항상 너무 극적으로 비명을 지르거나 울음을 터뜨리곤 하는데 그럴 때면 나의 얼굴 역시 다소 일그러지곤 한다. 그들의 고통에 공감해서라기보다는, 그들의 표현방식이 너무 표면적이어서 그렇다. 진정 슬프거나 놀랐을 때 인간은 오히려 완전한 침묵과 무표정의 세계에 접어드는 것 아니던가. 린치가 그럼에도 거장으로 평가받는 이유가 있다면, 그가 영화 속에서 자신만의 영화적인 어법을 찾아낸 독창적인 영화인이라는 데 있을 것이다. 린..

독백/영화 2009.06.25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감독 홍상수 (2008 / 한국) 출연 김태우, 고현정, 엄지원, 공형진 상세보기 씨네21에서 찍은 촬영현장 사진 몇 장. 영화 스틸컷보다 더 좋은듯. [잘 알지도 못하면서]는 제천과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여름영화다. 아주 즐겁게 보았다. 여성이란 늘 아름답고, 남성이란 늘 치졸하고... 올해 8월에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한번 가보고 싶다. 별점 : ★★★★☆ (9/10)

독백/영화 2009.06.17

감기, 독백

1 심한 감기에 걸렸다. 숨도 제대로 못 쉬고, 말도 제대로 못 한다. 비로소 마음상태에 걸맞은 몸상태가 된 것 같다. 2 최근에는 영화를 꽤 많이 보았다. 볼수록 역시 나는 영화광이 될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몇몇 영화는 정말 좋았다. 아래는 그 몇몇 영화를 포함한 여러 영화. 파이 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 (1998 / 미국) 출연 파멜라 하트, 크리스 존슨, 스티븐 펄먼, 마크 마골리스 상세보기 컬러영화의 시대에 흑백영화로 데뷔한 감독이 몇 명 있는 것으로 안다.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데뷔작 역시 흑백영화다. 그것도 무척 인상적인. 롱테이크 대신 빠른 화면전환을 즐겨 쓰는 감독의 작품답게, 어찌 보면 잔잔한 수학자의 고뇌를 무척이나 격렬한 영상으로 담아냈다. MTV가 영화에 끼친 ..

독백 2009.04.26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Vicky Christina Barcelona, 2008)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감독 우디 앨런 (2009 / 스페인, 미국) 출연 스칼렛 요한슨, 페넬로페 크루즈, 하비에르 바르뎀, 레베카 홀 상세보기 우리 앨런 감독이 더 일찍 미국을 벗어났더라면, 더 일찍 영어권 국가를 벗어나 다른 도시를 배경으로 영화를 찍었더라면 정말 대단했으리라는 감상이 들었을 정도로, 그가 담아낸 바르셀로나의 풍경은 매혹적이었습니다. 실제로도 바르셀로나는 무척 아름다운 도시겠지만, 우디 앨런 식으로, 즉 예술(호안 미로의 미술작품과 가우디의 건축물)과 낭만(정원의 기타리스트, 등대가 있는 해안로를 거니는 연인)으로 그려낸 도시의 모습은 특히나 더 아름답게 다가왔습니다. 자비에 아귀레사로브의 근사한 촬영 덕분에 그렇게 다가왔던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음악도 좋았습니다. 우디 앨런이 자신..

독백/영화 2009.04.22

In Bruges, 2008

킬러들의 도시 감독 마틴 맥도나 (2008 / 벨기에, 영국) 출연 콜린 패럴, 브렌든 글리슨, 랄프 파인즈, 클레멘스 포시 상세보기 1 (이하 )는 벨기에 브뤼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입니다. 킬러들이 주요인물로 나오는 영화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킬러들의 도시'라는 제목을 뽑아내다니 참. 영화가 흥행에 실패한다면, 아니 애당초 흥행에 성공할 수 없는 영화를 흥행물로 포장했다가 큰코다친다면, 저러한 제목으로 를 무슨 코믹 스펙터클 액션 영화처럼 선전한 데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2 마틴 맥도나Martin McDonagh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니 이 영화 말고는 다른 작품을 찾아볼 수 없더군요. 아마 이 작품이 데뷔작인 모양입니다. 는 데뷔작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데뷔작다운 신선함과 미숙..

독백/영화 2009.03.12

애니 홀(Annie Hall, 1977) : 우디 앨런의 픽션

애니 홀 감독 우디 앨런 (1977 / 미국) 출연 우디 앨런, 토니 로버츠, 다이앤 키튼, 크리스토퍼 월켄 상세보기 우디 앨런 : 뉴요커의 페이소스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로버트 E. 카프시스 (마음산책, 2008년) 상세보기 저는 [마음산책]에서 발간된 영화관련서적을 좋아합니다. 『박찬욱의 몽타주 오마주 세트』, 김영하의 『굴비낚시』, 김지운 감독의 『숏컷』, 짐 자무시 감독의 인터뷰집 『짐 자무시』등 제가 읽어본 책만으로 유추해보자면, 유쾌하고 쿨하고 또 모방심리를 조장한다는 공통분모가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마음산책]은 사실 영화분야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예술, 문학, 인문학)에서도 양질의 책을 여럿 선보인 출판사입니다. 예전에 무척 인상 깊게 읽었던 박영택의 『예술가로 산다는 것』도 이 출..

독백/영화 2009.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