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59

20091129

1 지난 금요일 서울아트시네마에 가서 본 [사랑의 찬가Les Chansons D'Amour]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영화였다. 프랑소와 오종 감독의 [8명의 여인들8 Femmes]을 워낙 좋게 보았던 터라 '프랑스 뮤지컬 영화' 전반에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낸 것이 화근이었다. 이성애, 동성애, 쓰리섬 등등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무척 자유로운(프랑스적인) 방식을 통해 구현되지만, 그리고 그토록 자유롭게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 부럽기도 했지만, 딱 그뿐이었다. 연인의 죽음은 충격적이었으나, 그 죽음을 대하는 방식은 상투적이고 또 너무 밋밋했다. 사랑의 노래라면 그보다 더 애절하거나 더 황홀해야만 하지 않을까. 차라리 [물랑 루즈Moulin Rouge]의 통속적인 비극과 광란의 음악이 훨씬 낫다고 나는 생각한..

독백 2009.11.29

[Funny Games U.S.]

퍼니게임 감독 미카엘 하네케 (2007 / 오스트리아,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미국) 출연 나오미 왓츠, 팀 로스, 마이클 피트, 브래디 콜벳 상세보기 멀리서 사막의 풍경을 응시하는 것은 그리 황량한 일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그러한 체험은 생동감에 넘칠 수도 있다. 그러나 사막 한가운데에서 그 풍경을 마주하는 것은 그와는 전혀 다른 체험일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모니터를 통해 어린 학생이 그보다 더 어린 학생을 괴롭히는 모습을 담은 UCC를 볼 수 있고, 브라운관을 통해서는 전쟁터의 폭격을, 대형 스크린을 통해서는 실로 박진감 넘치는 '액션 영화'를 볼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흥미로울 수 있다면 그것은 그 모든 행위를 멀리서 응시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미카엘 하네케 감독은 자신..

독백/영화 2009.11.10

근황, 여러 가지

근황 아주 잘 지내고 있다. 여러 가지 3주 전이었나, 감기에 걸렸을 때 코를 하도 풀어서 코 오른쪽 부분이 헐었다. 여러 차례 딱지가 앉았다 떨어졌다. 그런데도 아직 상처가 다 아물지 않았다. 내가 스스로 치유해내기에는 벅찬 상처인 모양이다. 오늘 피부과에 갈 생각이다. 합평수업을 몇 번 듣고 나니 문제는 내가 쓰는 글 자체에 있다기보다도 내가 삶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그러한 지적을 콕 집어서 해주신 교수님도 있었다. 내가 최근 절실하게 고민하고 해결하려 노력한 문제 역시 어떻게 써야 하는가보다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있었으므로, 그러한 지적은 합당하게 다가왔지만, 우울하기는 했고, 그 우울한 기분은 적어도 그 하루만큼은 쉽게 떨쳐내기가 힘들었다. 중간고사 기간을 맞이해서 시..

여러 가지(수정)

1. [매거진 갭 로드], [퍼니 게임 US] 트레일러 2. 아예 백치가 된다면, 무척 자유롭고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이 종종 들곤 한다. 3. 지난 몇 달 동안 만났던 사람보다 많은 이들을 최근 일주일 동안 만났다. 편하고 좋은 얼굴도 있었지만 역시 새로운 무리에 적응하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4. [솔약국집 아들들]을 가끔 부모님 따라 보곤 한다. 솔약국집 첫째 아들과 수진 사이의 사랑 구도를 보다가 문득, 나도 저렇게 늦게라도 좋으니 저렇게 은근하고 소박한 사랑을 해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젊음은 시작부터 노쇠해 버린 느낌이다.

여러 가지2

1. 영화제 때 보았던 몇몇 영화가 계속 생각난다. 특히 [매거진 갭 로드]는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한번 보고 싶다. 타르코프스키에 비견될 수 있을 만큼 정적이고 아름다운 영상으로 담아낸 홍콩의 모습은 몇 년 전에 가서 내가 보았던 것보다 훨씬 우아했고, 황홀했다. 감독은 니콜라스 친. 한때 영국 BBC에서 역사 다큐멘터리를 연출했고, 이 작품은 그의 첫 영화 연출작이라 한다. 내가 인상 깊게 본 부분은 감독의 역할보다는 촬영감독이나 미술감독이 공헌한 바가 더욱 컸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관련 정보를 더 찾아보고, 조금 더 성의 있는 감상문을 써보고 싶다. 2. 얼마 전에 별생각 없이 아멜리 노통브의 『앙테 크리스타』를 펼쳐들었다가, 책을 읽는다는 자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몰입해서 단숨에 독서를..

여러 가지

1. 오랜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연락오는 사람이 많지도 않은데 누구인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지도 못했다. 2. 낮술을 마셨다. 맥주 한 캔이었지만, 어쨌든 술은 술이었고, 기분이 안 좋아서 마신 것이었으니 더더욱 낮술다웠다. 곧 있으면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오랜만에 여러 사람을 만나서 겪는 일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고, 그 모든 것이 다시 한 번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확신이 드니 정말 괴롭다. 3. 꽤 오래전, 로만 폴란스키의 [피아니스트]를 무척 감동적으로 본 지 얼마 되지 않아 우연히 미카엘 하네케의 [피아니스트]란 영화도 그에 못지않게 좋다는 얘기를 듣고 DVD를 샀더랬다. 처음에는 도저히 이자벨 위페르가 연기하는 피아니스트에 공감할 수가 없었는데, 나이..

여러 가지(충무로영화제)

앞서 올린 충무로 영화제 관련 글은 거칠고 어쭙잖은 감이 있어서 영 개운치 않지만 그냥 당분간 놔둘 생각이다. 이렇게라도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억울해서 못 견딜 것 같다. 올해 최고의 화제작은 뭐니뭐니해도 대부인 것 같다. 극장에서 대부를 1편부터 3편까지 한 번에 볼 기회가 흔치 않을 테니. 하지만 나는 코폴라 감독에 대한 편견이 강해서 부러 예매하려 들지 않았다. [지옥의 묵시록]은 메시지만 좋은 영화, 바그너의 음악을 잘 사용한 영화... 정도라고 생각한다. 내가 지나치게 영화의 서사 부분만 중요시했던 시기에 본 작품이어서 더 나쁜 인상만 남아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를 포함해 알프레드 히치콕, 오손 웰즈 등 몇몇 전설적인 영화 거장의 작품은 좀처럼 좋아하기가 힘든데 왜 그런..

독백/영화 2009.08.29

충무로국제영화제 = 충무로동네영화제

충무로국제영화제에 다녀왔다. 국제영화제가 아니라 동네영화제 수준이었다. 1. 국제영화제의 셔틀버스라면 그 안에 최소한 2개국어(한국어/영어)로 정거장을 안내하는 시스템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 수준까지 안 되더라도 어쨌든 자원봉사자 한 명쯤은 버스 안에 타서 안내를 도맡는 게 기본 중의 기본일 것이다. 하지만 충무로영화제 셔틀버스 안에는 자원봉사자도 없었고, 안내방송도 없었고, 불친절하고 미숙한 운전기사밖에 없었다. 게다가 교통 및 날씨를 핑계로 툭 하면 늦었다. 셔틀버스 문제는 곧 각 상영관 사이의 거리의 문제다. 이번 충무로영화제에서 사용하는 상영관 수는 다 합쳐야 겨우 10여 개에 지나지 않는다. 요즘 웬만한 멀티플렉스 극장 한 곳의 상영관 수와 비슷한 것이다. 통째로 극장 한두 군데를 빌려..

독백/영화 2009.08.27

용서받지 못한 자

용서받지 못한 자 감독 윤종빈 (2005 / 한국) 출연 하정우, 서장원, 윤종빈, 김성미 상세보기 며칠 전 OCN에서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를 보았다. 군대에 적응한 남자(유태정)와 군대에 적응하지 않으려 했던 남자(이승영)의 대비를 통해 비극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영화였다. 이 영화 속 군대에 적응하지 않으려 했던 남자, 즉, 남자 같지 않고 얌전하고 타인의 상처를 신경 쓰는 이승영이란 인물의 여러 면모는 나의 모습과 상당 부분 겹쳤고, 또 그가 겪은 일이 군대에서 내가 겪은 일과 여러 면에서 유사하게 여겨져서, 영화가 좋고 싫고를 떠나 개인적으로 각별하게 다가왔다. 군 복무를 마치기는 했지만 군대란 조직의 폐해를 나는 직접적으로 낱낱이 경험해보지는 못했다. 자그마한 예비군 중대에서 상근예비역으로..

독백/영화 2009.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