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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6월 30일 - 인천에서 런던까지

대학생 신분으로 유럽에 가더라도 여유가 있을 시기는 3학년이 마지막으로 여겨졌다. 꼭 그렇지는 않겠지만, 심정적으로는 그랬다. 그리고 스물여섯이 되고 나니, 유럽에 가더라도 그 문화와 역사를 겉으로 훑고만 오지는 않을 자신이 어느 정도 생기기도 했다. 결심은 1년 전에 했고, 본격적인 준비는 한 5-6개월간 했다. 항공권을 끊고, 유레일 패스를 결제하고, 숙소를 예약하고... 하는 굵직한 준비를 다 끝내고 나니 어느덧 여행 시기가 가까이 왔고, 학기 중에 해야 할 여러 일에 신경을 쓰다 보니 금세 출발 일자가 되어 있었다. 가족과 함께 공항에 간 덕분에 인천공항 현대카드 라운지에 가서 시간을 보내며 간단히 아침을 먹었다. 회원에게 제공하는 여행가방도 하나 받았다. 이런 게 자본주의의 수혜로구나.. 하는 ..

유럽 여행

여행 잘 다녀왔다. 한 달간 여행을 한 것치고는 그리 많은 사람과 만나지는 못했다. 하지만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오긴 했다. 변화를 기대했으나 단순히 다른 곳에 물리적으로 이동하는 것만으로는 존재 자체가 변할 수 없는 일 아니겠나. 변하진 않았지만, 평상시에는 아무리 변해도 겪을 수 없던 일들을 여러 가지 경험하기는 한 것 같고, 그 일에 대해 짧게나마 써볼 생각이다. 다른 공간을 생각해보았지만, 딱히 마땅한 곳이 없었다. 이곳 역시 거의 버려진 공간이다. 이제 어디에 정착해야 할까. 트위터는 1-2년 가까이 해보니까 역시 나와는 잘 맞지 않는 매체 같다. 이제 무슨 글을 올려도 후회가 되고, 씁쓸한 기분만 맴돈다.

2011 전주영화제

이번 전주영화제에서 관심이 가는 영화들. [필름 소셜리즘Film Socialisme]. 장 뤽 고다르 감독. 벨라 타르 감독의 [토리노의 말A torinói ló]도 상영한다. 이 클립은 그의 다른 영화 속 장면이라고. [피니스테라에Finisterrae]. "자신들이 사는 어둠의 세계에 싫증이 난 두 유령이 떠나는 여행에 관한 이야기"라고. 재밌을 것 같다ㅋ [울부짖는 남자Un homme qui crie]. 아프리카 차드 출신 감독의 작품. [카를로스Carlos]. 이건 좀 별로일 것 같지만... 심야상영작이기에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독백/영화 2011.04.16

20110228

방학 동안 고립에 관한 글을 쓰려고 했는데, 이번에도 미완성에 그치고 말았다. 나는 아직 부족한 모양이다. 어쩌면 영원히 부족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계속 포기해야겠다는 생각만 든다. 포기하면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지? 모르겠다. 자꾸 무력해지고, 현실을 생각할수록 과거의 내가 혐오하던 생활로 가까이 다가서는 나 자신이 보인다. 어둠 속에서 빛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자는 문학에 종사하지 말라, 그 자신이 가야만 했던 길에 대한 회한 때문에 생긴 침전물이 그의 글 밑바닥에 생길 것이다. 그런 말이 떠오른다. 나는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내 주변의 모든 가능성을 점검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전히 아무런 확신은 없다. 한때, 내 삶의 모든 가능성이 망가지고 내 실제 생활이 엉망진창으로 변한다고 하더라도..

근황

[황해]와 [소셜 네트워크] 리뷰를 쓰려다가 못 썼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아마 못 쓸 것 같다. 방학하고 나서 본 영화는 모두 다 언급해보고 싶으나 이미 이곳저곳에 하고 싶은 얘기는 다 해버려서 이곳에 굳이 따로 남길 말은 없는 것 같다. 다만 짧게나마 해보자면, [카페느와르]를 보고 나서는 비록 부드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좋은 대목도 상당하지만 절대 너그럽게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영화라는 확신이 들었고, [허드서커 대리인]은 코엔 형제의 위대함을 증명해준 사례라고 여겨졌으며(상업적으로 실패했을지라도 이 영화는 절대 실패작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주노]는 재기 발랄했으나 세상의 통념과 일종의 타협을 한 것으로 여겨져서 아쉬웠고([인 디 에어]와 마찬가지), [트론]은 시각을 온전히 자극하는 ..

크리스마스 기록

크리스마스에는 역시 조용하고 따스한 노래를 들어야 한다. 제임스 조이스와 말라르메의 책을 빌려 왔다. 차갑고, 날카롭고, 미세한 글을 읽고 싶어서 그랬을 것이다. 오전에 조이스의 단편 몇 개와 말라르메의 『시집』에 황현산 평론가가 붙인 편지글 형식의 해설을 읽었다. 조이스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서정적이고 외로운 주체를 다루어낸 작가라는 감상이 들었다. 하지만 『더블린 사람들』은 그의 초기작이다. 문학사적으로는 이것을 바탕으로 그가 내디딘 발걸음이 더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바탕이었다는 사실은 꽤 각별하게 여겨진다. 조이스는 그 자신이 말하고자 했던 것이 문학이되, 그 자신이 사는 시대의 문학은 그것을 말하는 방식 그 자체라고 생각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피네간의 경야』의 원문을 읽..

2010년 최고의 영화

작년에는 안 뽑았으니, 올해에는 뽑겠다.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영화를 보기 시작했으나 그때에는 연말에 공개적인 결산을 하지 않았으니, 올 연말에는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냥 내 양심상 그렇다는 것이고, 누구에게라도 그런 자격 같은 것은... 있으면 있고 없으면 없는 것이겠지. 순위는 무작위나 가나다순이 아닌, 정말 순위에 따른 순위다. 올 한 해 국내 개봉작을 기준으로 선정했다. 1. 옥희의 영화 옥희의 영화 감독 홍상수 (2010 / 한국) 출연 이선균,정유미,문성근 상세보기 무슨 말이 필요할까. 나는 홍상수 감독이 천착하는 소재, 이를테면 남성의 성적 욕망이나 그 때문에 뒤틀리는 심리의 치졸함 같은 것에 동감은 해도 동의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의 모든 영화를 다 찾아보았음에도, 선뜻 그의 영..

독백/영화 2010.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