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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사막의 풍경을 응시하는 것은 그리 황량한 일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그러한 체험은 생동감에 넘칠 수도 있다. 그러나 사막 한가운데에서 그 풍경을 마주하는 것은 그와는 전혀 다른 체험일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모니터를 통해 어린 학생이 그보다 더 어린 학생을 괴롭히는 모습을 담은 UCC를 볼 수 있고, 브라운관을 통해서는 전쟁터의 폭격을, 대형 스크린을 통해서는 실로 박진감 넘치는 '액션 영화'를 볼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흥미로울 수 있다면 그것은 그 모든 행위를 멀리서 응시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미카엘 하네케 감독은 자신이 1997년에 선보인 영화 [퍼니 게임Funny Games]을 쇼트 바이 쇼트로 리메이크하여 2007년 미국판 [퍼니 게임Funny Games U.S.]을 세상에 내놓았다. 배우와 스탭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것이 동일한 이 두 편의 영화에는, 평범한 한 가정과 그 가정의 평화를 정말 별 이유 없이 무너트리는 두 명의 청년이 등장한다. 이 두 청년 중 한 명은 그렇듯 한 가정을 상대로 폭행과 살인을 저지르는 가운데 관객을 향해(카메라를 향해) 싱긋 웃고 말을 건넨다. 그는 관객 역시 그들의 게임에 동참하고 있음을 통보하는 것이다.
[퍼니 게임]은 그렇듯 방관할 수 있다는 믿음을 송두리째 뒤흔들어놓는다는 측면에서 강렬하고 불편한 영화이다. 하네케 감독은 [퍼니 게임]을 통해 폭력을 단순한 오락으로 소비하는 헐리우드 영화를 비판하려 했다고 한 인터뷰에서 친절히 밝힌 바 있다고 한다. 이 영화는 그만큼 긴밀하고 단일한 구조로 잘 짜여 있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폭력의 강도는 여타 슬래셔/공포 영화에 비해 세지 않지만, 그 어느 영화보다도 불쾌하고 고통스러운 여운을 남긴다. 폭력을 날 것 그대로 극단까지 추구했을 때 어떠한 광경이 연출되는지 생생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는 곧 니체가 말한 의미에서의 '괴물을 들여다보다가 괴물이 된' 결과물이 바로 이 영화 [퍼니 게임]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이 영화를 본 관객 대다수는 충격을 받고 불쾌함을 토로하겠지만, 여기에서 기발한 유희의 정신을 읽어내는 관객 역시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퍼니 게임]은 어디까지나 영화일 뿐이며, 제목처럼 단순한 하나의 '퍼니 게임'에 불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
별점 : ★★★☆ (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