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기타 등등 68

20110228

방학 동안 고립에 관한 글을 쓰려고 했는데, 이번에도 미완성에 그치고 말았다. 나는 아직 부족한 모양이다. 어쩌면 영원히 부족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계속 포기해야겠다는 생각만 든다. 포기하면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지? 모르겠다. 자꾸 무력해지고, 현실을 생각할수록 과거의 내가 혐오하던 생활로 가까이 다가서는 나 자신이 보인다. 어둠 속에서 빛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자는 문학에 종사하지 말라, 그 자신이 가야만 했던 길에 대한 회한 때문에 생긴 침전물이 그의 글 밑바닥에 생길 것이다. 그런 말이 떠오른다. 나는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내 주변의 모든 가능성을 점검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전히 아무런 확신은 없다. 한때, 내 삶의 모든 가능성이 망가지고 내 실제 생활이 엉망진창으로 변한다고 하더라도..

근황

[황해]와 [소셜 네트워크] 리뷰를 쓰려다가 못 썼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아마 못 쓸 것 같다. 방학하고 나서 본 영화는 모두 다 언급해보고 싶으나 이미 이곳저곳에 하고 싶은 얘기는 다 해버려서 이곳에 굳이 따로 남길 말은 없는 것 같다. 다만 짧게나마 해보자면, [카페느와르]를 보고 나서는 비록 부드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좋은 대목도 상당하지만 절대 너그럽게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영화라는 확신이 들었고, [허드서커 대리인]은 코엔 형제의 위대함을 증명해준 사례라고 여겨졌으며(상업적으로 실패했을지라도 이 영화는 절대 실패작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주노]는 재기 발랄했으나 세상의 통념과 일종의 타협을 한 것으로 여겨져서 아쉬웠고([인 디 에어]와 마찬가지), [트론]은 시각을 온전히 자극하는 ..

크리스마스 기록

크리스마스에는 역시 조용하고 따스한 노래를 들어야 한다. 제임스 조이스와 말라르메의 책을 빌려 왔다. 차갑고, 날카롭고, 미세한 글을 읽고 싶어서 그랬을 것이다. 오전에 조이스의 단편 몇 개와 말라르메의 『시집』에 황현산 평론가가 붙인 편지글 형식의 해설을 읽었다. 조이스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서정적이고 외로운 주체를 다루어낸 작가라는 감상이 들었다. 하지만 『더블린 사람들』은 그의 초기작이다. 문학사적으로는 이것을 바탕으로 그가 내디딘 발걸음이 더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바탕이었다는 사실은 꽤 각별하게 여겨진다. 조이스는 그 자신이 말하고자 했던 것이 문학이되, 그 자신이 사는 시대의 문학은 그것을 말하는 방식 그 자체라고 생각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피네간의 경야』의 원문을 읽..

20101207

오늘 학교에서 돌아오며, 이번 학기에도 내가 품은 거의 모든 희망이 무너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것이 사실이 아니기에 그것이 사실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모든 것은 이렇게 무너질 것이다. 왜냐하면 그럴 리가 없다고 여전히 내가 희망하기 때문이다. 내가 아니더라도 거의 모든 인간이 그 자신의 삶에 대한 희망을 저버리지 못할 것이다. 인간적이라는 것은 정말이지 비굴하다.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자신을 속이게 된다. 눈이 내린다고 했던 것 같은데 오늘은 그저 춥기만 했다. 내일 내린다는 것이었나. 아니면 내일 모래였나. 내일 모래에는 이번 선거에서 부당한 방법을 쓴 총학생회장 당선자를 탄핵하고자 하는 총회가 있을 예정이다. 그 총회에 갈 마음이 있지만 가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두려운 것은 ..

트위터와 과제의 나날

블로그 글 전체를 비공개로 돌려놓았다가 다시 모조리 발행 상태로 바꾸었다. 안 좋은 일이 있었고, 좋은 일도 있었다. 인생은 오로지 단 한 번만 여닫을 수 있을 뿐이어서, 여러 번 여닫아도 상관이 없는 이런 식의 공간만 자꾸 애꿎게 괴롭히는 것 같다. 전에도 썼던 말이지만 다시 말해보자면 요즘에는 트위터로 거의 모든 얘기를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점점 트위터라는 도구 자체에 대한 생각이 늘어간다. 정립되지 못한 채 흐트러지고 마는 것들이기는 하지만, 분명히 그런 것에 대해 생각할 가치는 있다고 여겨진다. 페이스북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는 모르겠지만, 이 나라에서 부는 미니홈피나 트위터의 열풍 같은 것에 비하면 그 양상은 초라하고 우습게만 여겨진다. [소셜 네트워크]가 정말 좀 유치하게 여겨졌던 것도 ..

20101105

조금 오랫동안 방치해둔 것 같아 가볍고 의미 없는 잡담이라도 오랜만에 남겨본다. 1. 트위터로 웬만한 대화/독백을 다 풀어내고 있다. 트위터는 정말 스마트폰으로 활용하기 가장 적절한 소통 창구라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것만 있으면 만사형통이란 뜻은 절대 아니다. 이 역시 수많은 사람과 얽히는 것이며, 매우 절망스럽고 답답한 도구에 그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폐쇄적으로 활용하면 답답하지만 자유롭고, 여러 사람과 연결되어 있으면 즐거운 만큼 절망적인 순간을 견뎌내야 한다. 2. 영화는 꾸준히 극장에 가서 한 편씩 챙겨보고 있다. 이번 주 일요일에도 [하비의 마지막 로맨스]와 [방랑자]를 볼 예정이다. 영화에 관한 칼럼을 꾸준히 쓰겠다는 다짐은 현실적인 한계 탓에 진작 접어두었지만, 그래도 가끔 특정한 영화를..

통영行

(2010년 9월 23-24일) 추석 연휴를 이용해 가족과 함께 통영에 다녀왔다. 가족 여행이 오랜만이기도 하고, 내 나이가 부모님과 함께 어디로 마냥 즐겁게 떠날 나이가 아니(라고 스스로 생각하)기도 한 데다가 아버지와의 사이가 그리 좋은 편도 아니어서 짐짓 걱정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꽤 즐겁고 편한 여행이 되었다. 이번에도 사진기는 따로 들고 가지 않았다. 휴대폰으로, 여행사진이라기보다는 '인증샷' 정도의 사진만 몇 장 찍었다. 동피랑 마을. 서울의 달동네와 비슷한, 다소 허름한 집이 언덕에 늘어서 있는 곳이었는데, 벽화를 그려놓으니 그리스 산토리니 부럽지 않을 정도로 예쁘장하게 보였다. 정작 그곳에 사는 이들은 몰려드는 관광객 때문에 조금 불편할 것 같기도 했지만. 홍상수의 영화 [하하하]에 나와 유..

20100918

얼마 전에 한 친구가 '이제 블로그의 시대도 끝난 것 같다'는 요지의 글을 쓴 것을 보았는데... 정말 그러고 보니 그런 것 같다. 트위터 같은 미니 블로그 형태의 창구만으로도 사실상 개인적인 잡담(혹은 그만큼 문학적이고 예술적인 소통) 같은 것은 다 해결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 블로그에서는 산문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었던 기록이 '140자' 같은 식의 글자 수 제한을 받으면서, 어떠한 시적인 정수에 다다르게 되었다는 감상도 든다. 물론 대다수는 그러한 흐름을 의식하지 않고, 오히려 거기에 역행하는 행위(엄청난 수의 언급mention과 블로그를 방불케 하는 타임라인 도배 등등)가 만연한 것이 현실이지만, 그래도 이것이 뭔가 새로운 가능성임은 분명한 사실로 여겨진다. 어제는 예술의전당에 가서 모차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