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영화

[Taxi Driver]

아는사람 2010. 6. 4. 11:34


택시 드라이버
감독 마틴 스콜세지 (1976 / 미국)
출연 로버트 드 니로, 조디 포스터, 시빌 쉐퍼드, 하비 키이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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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콕 영화 대부분의 음악감독을 맡은 버나드 허만이 마지막으로 작업한 영화로도 유명한 [택시 드라이버Taxi Driver]는 음악을 비롯한 거의 모든 부분이 훌륭한 솜씨로 빚어져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것은 바로 로버트 드 니로가 연기한 트래비스란 인물이다. 그는 뉴욕 같은 대도시에서 홀로 살아가는 것이 어떠한 일인지 온몸으로 보여준다. 그는 그만큼 세상을 향해 자신의 외로움을 표현해내곤 한다. 하지만 그의 고독과 결핍이 진정 와 닿는 것은 그가 아무것도 표현하지 않을 때, 그가 멍하니 택시에 손님을 태우고 운전을 할 때, 그가 흠모하는 여인을 남몰래 쳐다볼 때, 홀로 방 안에서 총을 꺼내 들 때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그가 스킨헤드처럼 자신의 머리를 깎고 나와 소동을 벌이는 마지막 대목은 일종의 안티 클라이맥스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 [택시 드라이버]는 파괴적이다. 안이한 틀에 머무는 대신, 끝까지 나아가는, 어떠한 생물성이 느껴지기에 그러하다. 이 영화는 베트남전 이후의 미국사회에서 한 명의 청년이 느꼈던 소외감을 표현해낸 정치적 드라마로 읽힐 수도 있지만, 실존주의의 영향 아래 놓인 작품으로 받아들이는 것 역시 가능하다. 트래비스가 동료 택시 운전사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 장면을 보라! 고통받는 당사자인 트래비스는 자신이 무엇 때문에 공허해하고 괴로워하는지 잘 알지 못하면서 대화를 통해 자신의 고민을 누군가에게 '털어놓는다'. 이것은 위대한 아이러니이며, 이 영화를 어떠한 통속의 영역으로부터 구하는 결정적 요소이다. 

하비 케이틀의 능청맞은 조연이나 아역 시절의 조디 포스터를 지켜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흥미로운 영화이지만,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방점은 로버트 드 니로에 찍혀야 마땅하다. 그가 홀로 스크린에 등장할 때, 그 어떠한 것도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게 된다. 압도적인 실존의 무게를 그는 부질없는 대사를 주워섬기며, 처연한 눈빛으로 전달해낸다. 마틴 스콜세지와 그가 그토록 오래 함께 작업한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던 셈이다.

별점 : ★☆ (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