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한 친구가 '이제 블로그의 시대도 끝난 것 같다'는 요지의 글을 쓴 것을 보았는데... 정말 그러고 보니 그런 것 같다. 트위터 같은 미니 블로그 형태의 창구만으로도 사실상 개인적인 잡담(혹은 그만큼 문학적이고 예술적인 소통) 같은 것은 다 해결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 블로그에서는 산문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었던 기록이 '140자' 같은 식의 글자 수 제한을 받으면서, 어떠한 시적인 정수에 다다르게 되었다는 감상도 든다. 물론 대다수는 그러한 흐름을 의식하지 않고, 오히려 거기에 역행하는 행위(엄청난 수의 언급mention과 블로그를 방불케 하는 타임라인 도배 등등)가 만연한 것이 현실이지만, 그래도 이것이 뭔가 새로운 가능성임은 분명한 사실로 여겨진다.
어제는 예술의전당에 가서 모차르트의 오페라 [코지 판 투테Cosi Fan Tutte]를 보고 왔다. 모차르트의 교향곡이나 협주곡, 독주곡 등등을 위주로 들을 때에는(그리 많은 작품을 접해본 것은 아니지만) 사실 큰 감흥이 없었다. 단조의 교향곡, 레퀴엠 등을 들으며 정말 어떠한 본질에 접근한 예술가가 떠오르기는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는 인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음악사를 어느 정도 더 알고 나니 모차르트 당대에 가장 주목을 받았고 또 모차르트 자신도 전력을 바쳤던 음악 장르는 그러한 교향곡 같은 기악곡이 아닌, 오페라임을 알 수 있었다. [돈 지오반니Don Giovanni]를 그래서 들었고, 그 결말 부근에 이르러 모차르트라는 예술가의 핵심이라고 할 만한 요소를 어느 정도 알 것도 같았다. [피가로의 결혼Le Nozze Di Figaro]을 듣고 나서는, '웃음'만으로도 깊이를 체득할 수 있음을 실감했다. 그리고 마침내 어제 [코지 판 투테]를 실황으로 감상하며, 웃으며 심연으로 걸어 들어가는 위대한 천재의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고,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여자는 다 그래'라는 뜻을 지닌 이 우스꽝스러운 제목의 오페라가 얼마나 가볍게 유희하고, 얼마나 자연스럽게 그 유희를 발전시켜 나가는지, 그리하여 마침내 그 어떠한 무거움으로도 다다르기 힘겨운 인간의 절망을 마주하는지 지켜보는 일이란 가히 천상적인 경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생각할수록 놀랍고도 기적적인 순간의 연속. 오페라는 결코 가볍게 무시할 수 있을 만한 음악 장르가 아니다. 더군다나 모차르트의 오페라는 더더욱 그렇다. 베토벤은 절대 다다르지 못했던 영역에 모차르트는 매우 쉽게 다다랐고, 그랬기에 더욱 비극적으로 그 자신의 생을 마감하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코지 판 투테] 같은 작품에는 대본가 로렌초 다 폰테가 기여한 바도 상당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보고 싶은 영화가 많은데, 그만큼 또 해야 할 다른 일도 많이 있어서 선뜻 극장으로 가기가 어렵다. 더군다나 영화를 보는 것 역시 극장에 가서 본다면 그만큼 비용 부담이 적지 않은 일이기에, 어쩔 수 없이 경제적인 인간일 수밖에 없는 처지로서는 더더욱 엄두가 안 난다. 그럼에도, 보고 싶은 개봉작이 제법 있다. [엉클 분미], [옥희의 영화], [레지던트 이블 4], [시라노; 연애조작단], [불청객] 등등. 이 중 한두 편 정도는 그래도 꼭 극장에서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