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2011.6.30-7.29)

[유럽] 7월 3일 - 런던 (세인트 폴 대성당)

아는사람 2011. 7. 31. 15:38


7월 3일(일)
-세인트 폴 대성당, 밀레니엄 브리지, 펍, 웨스트민스터 다리, 타워 브리지 입구 


런던에 오기 전부터 감기 기운이 살짝 있기는 했는데, 숙소도 그렇고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있던 탓인지 이날부터 본격적으로 감기가 심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날은 사실상 세인트 폴 대성당 말고는 딱히 제대로 본 것이 없고, 세인트 폴 대성당마저도 계획대로 보지는 못했다.



런던에 머무는 기간 내내 날씨 하나만큼은 기가 막힐 정도로 좋았다. 런던 날씨가 나쁘다는 것은 잘못된 편견이다. 유럽의 다른 도시에 비해 강수량이 많은 것도 아니고, 날씨 변덕도 그리 심하지 않다. 안개 역시 옛날 산업화 시대의 중심지였던 시절에 스모그 현상으로 악명이 높았을 때 심하게 꼈던 것이지, 요즘에는 그렇지도 않다. 다만 다른 유럽 도시처럼 날씨가 변화무쌍하긴 한데... 하여간 다른 도시가 더 심하면 심했지, 런던이 더 심한 것은 아닌 것 같더라.




일요일에는 미사가 있는 날이고, 이날은 누구건 간에 무료로 성당에 입장할 수 있다. 더군다나 나는 이날 미사 형식으로 진행되는 콘서트에 갈 예정이었기에 시간에 맞춰 성당으로 왔다.



존 웨슬리. 분명히 중요한 사람이겠지만, 누군지 잘은 알 수 없었다.



시간이 조금 남아서 밀레니엄 브리지 쪽으로 가서 테이트 모던 외관 사진을 찍었다. 저 굴뚝이 온전히 담겨 있는 사진을 한 장 찍고 싶었다. 아아 하여간 테이트 모던은 짱이다.



다시 돌아온 세인트 폴 대성당.



건물이 참 멋지다.



이 분수처럼 생긴 조형물은 투명한 플라스틱 통이 쭉 꽂혀 있는... 그런 것이었다. 뭔지는 잘 알 수 없었다. 어린아이는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안에 들어가서 잘 놀고 있는 것 같았다.



볕 좋은 날의 세인트 폴 대성당.


모차르트의 미사 솔렘니스가 이날 콘서트의 프로그램이었는데... 들어가서 들으려 했는데 앉아 있자니 몸이 무척 피곤했고, 음악에도 당연히 제대로 집중할 수가 없었고, 또 생각보다 분위기가 산만해서(대규모는 아니어도 쉴 새 없이 관광객이 들락날락거렸다) 얼마 듣지 않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영국에 왔다면 빼놓을 수 없는 '펍'에 왔다.



펍에 와서 시킨 영국 특유의 '미지근한' 맥주와 피쉬 앤 칩스. 사람이 그리 많지도 않고, 유명한 것 같지도 않은 펍에 그냥 지친 몸을 이끌고 들어가서 시킨 것이었는데... 예상보다 맛이 괜찮아서 놀랐다. 런던에서 아무 식당에나 막 가면 피 본다는 것은 분명히 편견이다. 하지만 이런 영국 음식이 아닌 다른 나라의 음식을 시킬 때에는 조심해야 하는 것 같다. 그 교훈은 마지막 날에 얻었다.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점심을 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런던에는 체인형 슈퍼마켓 내지는 마트가 무척 많았는데... 덕분에 물이나 여러 생필품을 싸게 살 수 있었다. 저 1.5리터짜리 에비앙도 99펜스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나라 돈으로 2천 원도 안 되는 가격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유럽에서 에비앙은 우리나라의 삼다수 같은 물에 불과한 것인가... 하고 생각했는데, 다른 도시에 가서 보니 마트에서도 비싼 편이었고, 마트가 아닌 곳에서는 살인적인 가격을 자랑했다. 하여간 런던의 마트 물가는 우리나라보다 더 쌌던 것 같다.




그리고 다시 빅벤이 있는 곳으로 왔다.



참 멋졌지만, 멋진 사진을 찍을 능력도 기력도 없었다.



이 사진은 한번 클릭해서(확대해서) 보시길. 한 남자가 'North Korea Open the Border'라는 팻말을 붙인 채 1인 텐트 시위 같은 것을 하고 있었는데... 뭐랄까... 하여간 감상이 복잡해지는 광경이었다. 정확히 이 시위가 무슨 목적을 지닌 것인지 알아보고 싶었으나 몸 상태도 좋지 않고 내 성격이 허락하지도 않고 해서 그냥 먼 발치에서 사진만 찍고 돌아섰다.




런던의 지하철, 튜브. 겉모습은 하여간 뭔가 예쁘장하다. 하지만 내부는 정말 별로다..



몸이 아프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못 가본 곳이 많아 타워 브리지까지 어떻게 오긴 왔으나 입구에 다다르니 딱히 더 걸어갈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저 다리 초반에 있는 마치 플라스틱으로 만든 것 같은 형광색 조형물의 조잡합 탓이기도 했고, 왠지 다리가 한없이 길 것 같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래서 결국 이른 시간에 숙소로 돌아와서 쭉 쉬었다.


둘째날을 포함해서 이날까지 먹을 것을 찍은 사진이 펍에서의 피쉬 앤 칩스밖에 없는 것을 보면 하여간 '맛있다'거나 '특이하다'는 생각이 드는 음식은 하나도 없었던 것 같다. 실제로 기억을 더듬어 보아도, 런던에서 알게 모르게 가장 고통받았던 부분은 혼자 낯선 곳에 있는 것도 조금 힘든데 그곳에서 먹는 음식마저 별로라는 데에 있었다. 이때 맺힌 한 탓에 파리에 간 이후로 먹을 것에 돈을 좀처럼 잘 아끼지 않게 된 것 같기도 하다. 


하여간 셋째 날은 이렇게 조촐하게 끝났다. 여행 가서 몸 상태가 안 좋으면 이렇듯 별일 없이 하루가 지나가게 되...지는 않지만, 나는 최대한 별일 없이 보내며 다음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데에 가장 신경을 썼다. 그래도 감기는 쉬이 낫지 않았지만, 그러길 잘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