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화제 때 보았던 몇몇 영화가 계속 생각난다. 특히 [매거진 갭 로드]는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한번 보고 싶다. 타르코프스키에 비견될 수 있을 만큼 정적이고 아름다운 영상으로 담아낸 홍콩의 모습은 몇 년 전에 가서 내가 보았던 것보다 훨씬 우아했고, 황홀했다. 감독은 니콜라스 친. 한때 영국 BBC에서 역사 다큐멘터리를 연출했고, 이 작품은 그의 첫 영화 연출작이라 한다. 내가 인상 깊게 본 부분은 감독의 역할보다는 촬영감독이나 미술감독이 공헌한 바가 더욱 컸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관련 정보를 더 찾아보고, 조금 더 성의 있는 감상문을 써보고 싶다.
2. 얼마 전에 별생각 없이 아멜리 노통브의 『앙테 크리스타』를 펼쳐들었다가, 책을 읽는다는 자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몰입해서 단숨에 독서를 끝마쳤던 적이 있다. 예상했던 바와는 달리 그 책에는 안티크리스트와 관련된 내용보다는 남들과 잘 어울리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외톨이 소녀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가벼운 대중소설로 분류해도 괜찮을 정도로 조금 싱거운 면도 있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괜찮았다. 외로운 학창시절을 보내고,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그러한 문제를 그 책이 해결해주지는 못하겠지만, 그 상태 그대로 남게 되더라도 자그마한 위안은 얻을 수 있으리라.
3. 나는 아주 자그마한 사람이지만, 돌이켜보면 내 곁에는 내가 비관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이들이 있었던 것 같다. 그 덕분에 어려워도 견뎌낼 수 있었던 것 같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그마하고 별 볼일 없이 지내겠지만, 그래도 지나고 나면 조금은 괜찮아지겠지. 나 역시 다른 이들에게 그러한 사람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