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기타 등등

근황, 여러 가지

아는사람 2009. 10. 21. 07:57


근황
아주 잘 지내고 있다. 


여러 가지
3주 전이었나, 감기에 걸렸을 때 코를 하도 풀어서 코 오른쪽 부분이 헐었다. 여러 차례 딱지가 앉았다 떨어졌다. 그런데도 아직 상처가 다 아물지 않았다. 내가 스스로 치유해내기에는 벅찬 상처인 모양이다. 오늘 피부과에 갈 생각이다.

합평수업을 몇 번 듣고 나니 문제는 내가 쓰는 글 자체에 있다기보다도 내가 삶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그러한 지적을 콕 집어서 해주신 교수님도 있었다. 내가 최근 절실하게 고민하고 해결하려 노력한 문제 역시 어떻게 써야 하는가보다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있었으므로, 그러한 지적은 합당하게 다가왔지만, 우울하기는 했고, 그 우울한 기분은 적어도 그 하루만큼은 쉽게 떨쳐내기가 힘들었다.

중간고사 기간을 맞이해서 시험을 보는 강의도 몇 개 있지만, 그보다는 시험을 대체하는 과제(레포트/발표)를 준비해야 하는 강의가 더 많다. 덕분에 강의가 있는 월화수목이 지나도 주로 집에 틀어박혀 금토일을 보낸다. 

부산국제영화제에도 다녀왔다. 이번에 부산에서 본 영화는 총 5편이었고, 그 중에서 [하얀 리본Das Weisse Band]과 [슬립리스Sleepless], [계몽영화]는 참 즐겁고 좋게 보았다. 특히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 막스 폰 시도우 주연의 호러 영화 [슬립리스] 같은 경우는 다소 조잡한 이야기구조에도 불구하고 온몸이 스크린으로 빨려 들어가듯 재밌게 감상했다. 막스 폰 시도우를 제외하고라면 배우들의 연기 역시 전반적으로 조악한 편이었는데... 아무튼 참 좋았다. [하얀 리본]과 [슬립리스]는 그래서 리뷰를 한 번 작성해보려고 이곳에 포스팅을 비공개로 생성해놓긴 했는데... 시간도 없고 힘도 없어서 당분간 리뷰를 완성하기 힘들 것 같다.


부산에서는 제천에서 보았던 '좋아서 하는 밴드'를 다시 보기도 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에도 부산영화제에 '초청받지 않은 채' 내려와서 거리공연을 한 것이다! 그들의 거리공연은 영상 속에서 보고 듣던 것보다 훨씬 더 황홀했고 즐거웠고 짜릿했다. 그 자리에서 싱글 음반을 사서 싸인을 받기도 했다. 다시 들어보니 더더욱 좋은 곡이 있었는데, 바로 '옥탑방에서'이다. 소소한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시적 진실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이러한 곡, 이러한 곡의 가사에 담겨 있는 것 아닐까.


근황
생각해보면 아주 잘 지낸다고까지는 볼 수 없을 것 같지만, 아주 잘 지내는 것처럼 기분이 좋은 상태가 곧잘 유지되곤 한다. 요즘에는 그래서 이 좋은 모든 것이 언젠가는 내 곁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에 괴로워하곤 하지만, 그래도 대개는 잘 웃으며 지낸다. 

아직도 여전히 서투르지만 이 정도면 만족한다. 이제 조금 더 넓고 깊게 바라볼 수 있었으면, 남의 시선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남에게 더욱더 시선(관심)을 기울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