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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는 며칠간 가지 못했다. 이번 주 월요일에 어쩌다 보니 육회를 먹게 되었는데, 그 탓인지 배탈이 나서 며칠간 고생했기 때문. 글도 쓰지 못했다. 개강하기 전에 미리 글을 써놓은 적은 없었지만 이번에는 꼭 그래야만 할 것 같아서 열심히 해보려고 하는데, 집중이 잘 안 된다. 굳이 쓸 필요도 없고 어쩌면 써서는 안 될 글이라는 것이 빤히 보여서, 즉 단순히 학점을 얻기 위한 글뿐이란 자각 탓에 그러한 것일까. 그 동기야 어찌되었건 간에 글을 완성하고 나면 학점과 별 관계없이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 법한 작품이 될 수도 있으리란 기대도 짐짓 섞여 있기에, 이 작업을 쉽게 그만둘 수도 없고 내 온 존재를 거기에 투영할 수도 없다. 이제 10여일 정도 남은 셈인데, 어떻게든 마무리야 지을 수 있겠지만 그것이 성공적인(혹은 만족스러운) 마무리가 될 수 있으리란 확신은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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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행위에 좀처럼 매달리지 못하는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지난 몇 년간 매달려봤음에도 그 결과가 지지부진하다는 자각 탓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단순히 글 전반에 걸친 문제라기보다는 특정한 글의 형식, 이를테면 소설 같은 것을 쓰려고 시도했을 때 내가 거의 항상 겪어야만 했던 일종의 실패와 연관되어 있다. 물론 대책 없이 시작하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늘 내가 감당하지 못하는 이야기의 영역으로 빠져 들어가고, 나중에는 내가 쓴 것을 부정하거나 혹은 나 자신을 부정하는 지경에 이르고야 만다. 그에 대한 반발로 처음부터 철저히 계획한 다음 쓰려고 시도한 적도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구상 단계에서는 나름대로 빛나던 결과물을 도저히 지면 위에 옮겨낼 수가 없었고, 겨우 옮겨낸 결과물은 핏기 하나 없는 시체와도 같이 따분하고 진부하기 일쑤였다. 로베르토 볼라뇨였던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어떠한 소설가가 '소설이란 가장 불완전한 문학 장르'라고 지적한 것과 비슷한 맥락에서도 살펴볼 수 있는 문제겠지만, 그 불완전한 장르 안에서 뚜렷한 성과를 이루어내곤 하는 몇몇 이들을 생각해보면 결국 다 핑계란 생각, 능력 부족이란 생각, 혹은 내 성향이 그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꼭 그래서는 아니겠지만, 요즘에는 단순히 소설을 읽는 것조차 굉장히 버겁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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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문학을 포기할 수 있는가. 예전에는 절대 그럴 수 없다는 판단이 우세했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 적어도 일찍 등단해서 전업 작가로 사는 것 같은 꿈에 대해서는 포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것이 우선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꿈이기 때문이고, 전업작가란 글밖에 모르는 '진정한 작가'일 수도 있지만 그와 동시에 생계를 위해 자신을 속여가며 불필요한 글을 쓰는(써야만 하는) 사람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꿈을 이룬다는 것은 분명히 멋진 일이지만, 하나의 꿈에 자신을 고정시키는 것은 인간의 변화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는 다소 옹졸한 행위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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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이전, 혹은 대학에 입학하기 전에는 늘 내가 유일무이한 예술가이거나 그러한 예술가가 될 것이라는 신념뿐이었고, 타인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었다. 이제는 조금 다르다. 나에게는 약간의 재능이 있을 수도 있고, 그동안 읽고 쓴 결과로 글쓰기에 있어서 어느 정도 유익한 자의식을 갖추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한 것을 일종의 덕목으로 일컬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냉정하게 따져봤을 때 사실 거의 아무 것도 아닌 덕목이다. 이 덕목으로 내가 무엇을 하고자 하느냐가 더욱 중요할 텐데, 현재로서는 그 덕목만으로 치열하게 분투할 용기가 잘 나지 않는다. 인생은 짧고, 이 짧은 인생 속에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도 어떻게 보면 한정되어 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나는 창조적인 글을 쓸수록 보통은 나 자신이 괴로워진다는 사실을 반복된 경험으로 알게 되었고, 다른 일, 가령 글을 쓰더라도 블로그 같은 곳에 쓰는 (어쩌면 전혀 생산적이지 않은) 행위는 나에게 큰 즐거움을 준다는 것, 즉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 다른 행위가 얼마든지 있음을 알게 되기도 했다. 맹목적으로 즐거움만을 추구하며 살 수는 없겠지만, 예전에 내가 작가가 되기를 희망했다고 해서 끝까지 작가가 되고자 노력하는 것이 최선이라고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아직 나에게는 정말 작가가 되고 싶은 열망이 남아있지만, 그 열망이 꼭 이루어져야만 한다고 강박적으로 생각하는 일은 이제 거의 없다. 운이 조금 없거나, 재능이 조금 부족하거나. 일은 어떻게든 잘 풀릴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든 뒤틀릴 수도 있다. 계속 추구하되, 크게 얽매이지 않고 자연스레 몸을 맡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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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같은 문제도 마찬가지다. 억지로 고독해지는 일 같은 것은 이제 더는 하고 싶지가 않다. 예전에는 고독 속에서 추구하는 예술만이 진정한 것이라는 생각에 갇힌 채 내가 좋아하는 사람조차도 억지로 피하곤 했다. 그것이 정말 숭고한 예술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그러나 그것은 그리 현명한 생각이 아니었던 것 같다. 현재 내가 고독한 것은 단순히 개강 전에 제출할 글을 완성하기 위해서, 그리고 다른 사람을 자주 만나면 글을 쓸 만한 여유가 남아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고독을 미화하지는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