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기타 등등

20101105

아는사람 2010. 11. 5. 19:28



조금 오랫동안 방치해둔 것 같아 가볍고 의미 없는 잡담이라도 오랜만에 남겨본다.

1. 
트위터로 웬만한 대화/독백을 다 풀어내고 있다. 트위터는 정말 스마트폰으로 활용하기 가장 적절한 소통 창구라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것만 있으면 만사형통이란 뜻은 절대 아니다. 이 역시 수많은 사람과 얽히는 것이며, 매우 절망스럽고 답답한 도구에 그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폐쇄적으로 활용하면 답답하지만 자유롭고, 여러 사람과 연결되어 있으면 즐거운 만큼 절망적인 순간을 견뎌내야 한다.

2. 
영화는 꾸준히 극장에 가서 한 편씩 챙겨보고 있다. 이번 주 일요일에도 [하비의 마지막 로맨스]와 [방랑자]를 볼 예정이다. 영화에 관한 칼럼을 꾸준히 쓰겠다는 다짐은 현실적인 한계 탓에 진작 접어두었지만, 그래도 가끔 특정한 영화를 보면 거기에 대해 길게 말하고 싶은 욕구가 생겨날 때가 있다. 

3. 
내가 괴롭다면, 그 이유는 대부분 관계 때문이고, 특히 이성 관계 때문이다. 아예 이 부분을 단념해버리면 그래서 정말 평온하기까지 한 시간이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진다. 하지만 내 마음은 뜻대로 움직여주질 않고, 평온함을 위해 관계를 아예 포기해버리고 싶은 마음도 없다. 

4.
어쨌든 학기 중에 학과 수업 말고 다른 할 일을 만들어놓지 않으니 전반적으로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나에게 딱 알맞은 생활 방식은 주중에는 수업을 열심히 듣고, 주말에는 푹 쉬며 과제를 하는 것이다. 정말 친밀한 사람 몇몇하고만 연락을 주고받으며 지내는 것... 그게 내 신체 리듬에는 가장 잘 맞는다. 하지만 앞서도 언급했듯 멋대로 움직이는 내 마음은 그러한 신체 리듬을 고려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괴로울 때가 종종 생긴다.

5. 
이번 학기 나를 가장 괴롭게 하는 시간은 바로 시 수업 시간이다. 수업 내용보다도, 선생님 때문에 힘들다. 자신을 학대하는 것은 괜찮지만, 바로 그 자신을 학대하는 방식을 그대로 타인에게 적용하는 사람은 괜찮지 않다. 더군다나 그 사람이 그런 행위에 대해 잘 의식하고 있고, 그 자신의 행위로 타인이 받는 상처까지 모조리 다 헤아리면서도, 그러한 일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혀 계속 그렇게 행동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란 가히 곤혹스럽다. 
적어도 내가 느낀 바는 그러하다. 웬만하면 수업에 작정하고 빠지는 일은 없지만, 이 수업만큼은 도저히 못 나갈 것 같아서 한 번 빠졌고, 또 앞으로도 최소한 한 번은 더 빠질 것 같다. 
그래도 그는 글 쓰는 일의 철저함, 냉정함 같은 것은 확실히 가르쳐준다. 그러한 가르침을 들으며 나는 새삼스레 나 자신이 처음 이 일을 시작한 지점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실감하였다. 그것이 잘못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은 우선 현재 내 앞에 닥친 일들을 하나씩 처리해가고 싶다. 

6.
최근에는 연극도 한 편 보았다. 연극도 좋았지만, 그 전후 과정이 꽤 즐겁고 의미 있었다. 
어쨌든 나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형성하거나 이어나가는 데에 있어 무력한 인간이다. 그러한 부분에 둔감한 편이라면 괜찮겠지만, 오히려 더 민감하기에 괴롭다. 그럼에도 이제 삶을 부정하지는 않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요즘 들어 점점 더 굳건해지고 있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나중에 이곳보다 더 의미 있는 공간에서 진솔하게 풀어낼 기회가 있으리라 짐작해본다.

7.
내년 설 연휴에는 가족과 함께 홍콩으로 다시 갈 예정이다. 그리고 내년 여름방학 때에는 유럽 여행을 가려고 준비 중이다. 이번 방학 때에는 서울 기숙사에서 한 달 정도 살아보고 싶은 마음도 있고, 어학시험을 준비해볼 생각도 꽤 진지하게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앞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이제 구체적으로 알아보아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앞으로 계속 더 살 것이라면, 속물 취급을 받더라도, 내 앞에 닥친 현실을 무시하고 싶지는 않다. 그저 꿈만 꾸고 싶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