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5일(월)
-국회의사당, 브란덴부르크 문, 훔볼트 대학, 포츠담 광장, 유대인 박물관
베를린에서 머무는 마지막 날이 밝았다.
일단 사진으로 다 찍지는 않았지만, 이날은 쇼핑을 많이 했다. 베를린을 떠나는 날이기도 했고, 또 여행 자체도 얼마 남지 않았으므로 쇼핑을 해도 무리가 없으리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필름 코멘트'지는 유럽에서 발행되는 영화잡지가 아니다. 그러므로 유럽에서 산다고 해서 특별히 싸거나 별다른 이점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파리에서 보았던 우디 앨런의 신작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한 장면이 정말 근사하게 표지를 장식한 이 잡지를 그냥 지나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조금 비쌌음에도 그냥 샀다.
전날까지는 계속 U반을 타고 브란덴부르크 문까지 갔지만, 베를린에서 머무는 마지막 날은 직접 걸어서 이동해보기로 했다. 실제로 얼마 걸리지도 않았고, 걷는 편이 훨씬 더 좋았다.
다 건너왔다. 국회의사당 앞.
도심 속의 녹지는 언제 봐도 좋다.
국회의사당.
이런 곳도 있었다.
브란덴부르크 문이 있는 곳으로 왔다.
베를린에 머무는 기간 동안 수없이 들른 바로 그곳.
그곳을 지나...
훔볼트 대학에 왔다.
대학 앞쪽에는 헌책 좌판이 있었다.
빌헬름 폰 훔볼트 동상.
헌책들. 정말 싸기도 했고, 책도 대부분 좋았다. 독일에 머무는 동안 계속 느꼈던 것이지만, 정말 어딜 가나 책의 수준이 다 고르고 좋아서, 독일어를 못한다는 게 매번 안타까웠다.
훔볼트 대학 안.
여러 동상이 있었다.
대학 안 기념품 가게에서 후드 티를 하나 사려고 했는데... 사이즈가 다 큰 것밖에 없어서 결국 셔츠 한 장만 사왔다. 베를린을 돌아다니는 동안 훔볼트 대학 후드티를 입은 청년을 몇 명 보았는데 워낙 인상적이고 좋게 보이더라.
헌책도 몇 권 샀다. 괴테 전작이 놀랍게도 적당히 도톰한 책 한 권에 다 들어 있어서 샀고(축약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현대미술 작품집도 한 권 샀다. 여러 권 샀는데 다 합쳐서 우리나라 돈으로 만 원 남짓 정도밖에 안 들어서 정말 조금 놀랐던 기억이 난다.
점심은 이날도 중국식 패스트푸드로. 계속 음식에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지내다 보니, 독일에서는 슬슬 아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먹을 돈으로 쇼핑을 더 하자는 생각도 계속 들었고. :)
하지만 무조건 아끼지는 않았다. 라파예트 백화점 지하 식료품 매장에 다시 찾아가, 주변을 둘러보다가 이 피라미드 모양의 초콜릿 케이크와 커피를 한 잔 주문했다. 맛이 상당히 좋았다.
BMW였던가... 한 자동차 기업의 친환경 전시매장이었는데 사람들이 꽤 많이 몰려 있었다.
운터 덴 린덴에는 악명 높은 러시아 항공사 아에로플로트의 사무실도 있었다.
포츠담 광장으로 왔다.
베를린 장벽이 남아 있는 곳에서 옛 동독 군인의 군복으로 보이는 복장을 한 사내가 관광객을 상대로 옛 동독 출입 시 여권에 찍던 도장을 찍어주고 있어서 받아왔다. 설명도 알찼고, 꽤 인상 깊었다.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리고 광장 주변을 걷는데, 저 멀리 열기구가 떠 있어서 놀라웠다. 며칠 전 가만히 지상에 있던 것을 보며 열기구라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기에 더 놀라웠다.
어딘지 기억나지 않는 한 U반역에 있던 공연 포스터.
유대인 박물관에 왔다.
전시 내용물도 그렇지만, 다니엘 리베스킨트의 건축으로도 워낙 유명한 곳이어서 꼭 한번 들러보고 싶었다.
역시나 범상치 않았다. 전시공간으로 올라가는 계단.
박물관 내부.
'불안의 건축'이랄까. 모든 것이 기울어져 있었고,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으면서도 그 자체로 혼돈의 분위기를 느끼게끔 하는 요소가 여럿 보였다.
한나 아렌트 인터뷰 영상. 홀로코스트에 대해 말하는 영상이었다.
인상적인 전시물이 상당히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것은 저 위 한나 아렌트의 영상과, 파스빈더의 반유대주의 내용을 담은 연극 공연에 반대하는 유대인들의 시위 모습을 담은 영상이었다. 서구사회에서 반유대주의라는 것은 너무나도 민감한 주제여서 단순히 별 의미 없이 흘러가는 소재로도 쓰기가 어려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물론 당연히 유대인 사회에서 그렇게 예민하게 스스로 방어할 만도 하지만, 과연 정말 꼭 그래야 하나 싶을 정도로 지나친 감도 없지 않아 있기에 머릿속이 꽤 복잡했다. 하여간 독일에서만큼은 이러한 요소가 더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통로. 이 바닥 역시 살짝 경사가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출입구 쪽 건물은 평범한 편이었다.
하지만 상설 전시공간인 옆 건물은 달랐다.
유대인 박물관.
U반을 타고 다시 숙소로 향했다.
이날은 함께 방을 쓰게 된 다른 한국인 두 명과 저녁을 같이 먹었다.
라들러 맥주. 레몬 향이 첨가된, 칵테일이나 다를 바 없을 정도로 달콤하고 맛있는 맥주였다. 하지만 한국의 독일식 맥줏집에서 파는 라들러는... 다 마셔보지는 않았지만, 강남역에 있는 브로이XXX에서 파는 것은 정말 형편없더라.
나는 과하게 먹고 싶지 않아 샐러드 하나를 시켰는데, 양이 너무 적어서 조금 당황했다. 이것은 일행이 시킨 슈바인학세.
초라한 샐러드.
계속 혼자 다니다가 일행을 만나 잠시라도 함께하니 좋기는 했다. 하지만 역시 관계에 대한 내 미숙함 탓에 큰 즐거움은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이렇게 베를린에서의 모든 일정이 다 끝났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행선지인 프랑크푸르트로 향할 날이 이렇게 성큼 다가오고 나니, 감회가 남달랐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여행이 다 끝나면 아쉬우리라는 생각은 크게 들지 않았던 것 같다. 그만큼 자질구레하게 신경 쓰고 책임지며 다녀야 할 게 많아서 그랬던 것 같다. 다시 간다면 다르게 받아들이고 행동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