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 : 뿌리서점(뿌리헌책방)
주소 :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성황동 43번지 7호
전화번호 : 041-563-9129
규모 : 지상 1층. 보통 헌책방 크기.
천안버스터미널에서 넉넉잡아 15분 정도 걷다 보면 노란색 간판의 [뿌리서점]이 눈에 들어옵니다. 학교(복자여고) 근처에 있는 책방이라서 그런지 안에는 학습 참고서가 많이 있습니다. 사실 여느 헌책방을 가더라도 초중고등학교 참고서를 보기 힘든 곳은 드물죠. 그만큼 이 사회의 교육여건이 비합리적이라는 반증으로 여겨져 다소 씁쓸할 따름입니다.
뿌리서점의 내부는 밖에서 보고 짐작하는 것보다 더 넓습니다. 좁디좁은 헌책방의 이미지보다는 일반 동네에 있는 작은 서점의 이미지라고나 할까요. 실제로 양은 그리 많지 않지만 헌책이 아닌 책도 판매합니다. 입장하자마자 왼편으로 보이는 책장 앞 카운터에는 젊은 책방주인 분이 보이곤 합니다. 물어본 적은 없지만 어떨 때는 남성이, 어떨 때는 여성이, 어떨 때는 둘 다 함께 자리를 지키고 있고, 그 둘 사이에 오가는 대화에 격의가 없는 것으로 보아 그들은 부부 사이인 것으로 여겨지며, 함께 책방을 운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책 종류는 그리 다양하지 않지만 책의 양은 제법 됩니다. 입구 부근을 제외하고라도 안에는 커다란 책장이 다섯 개 정도 늘어서 있고, 그 사이 사이에도 자그마한 책장이 빼곡히 들어서 있죠. 거칠게 표현하자면 그 많은 책 중 2/5 정도는 참고서나 교과서에 해당하고, 소설, 인문서적, 수필집 등이 또 2/5 정도를 차지한다고 말할 수 있을 듯싶습니다. 소량의 만화책, 그리고 만화책보다는 많은 양의 잡지가 있고, 오른쪽 끝에 다락방처럼 구성된 공간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종교서적과 시집이 한 데 배치되어 있습니다. 반대편 구석 공간에서는 대학교재를 찾아볼 수가 있고, 그 사이의 통로에서는 정말 낡은 영문페이퍼백도 여러 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사회과학이나 자연과학 서적도 심심치 않게 보이는 편이지만, 역시 그 수는 그리 많지는 않은 편입니다.
이 헌책방의 특색은 그러한 책의 종류라기보다는 그러한 책을 파는 가격에 있습니다. 보기만 해도 배부른 헌책방이 있는가 하면 많이 사도 배부른 헌책방이 있는 법이죠. 헌책방이니까 당연히 새 책보다 값을 적게 부르지만, 이곳은 그 정도가 심할 정도입니다. 정말 새 책과 상태가 비슷한 책이어도, 가격이 4,000원을 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정말 낡은 헌책부터 웬만큼 상태가 좋은 헌책까지 2,000원, 정말 상태가 좋으면 3,000원입니다. 묵직한 국어대사전 같은 책이라면 또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우리가 흔히 서점에서 보곤 하는 크기의 책은 대부분 그러한 가격에서 거래된다고 보면 됩니다. 적어도 제가 서너 차례 방문하며 경험한 바로는 그렇더군요. 동대문 인근 헌책방에서 웬만한 책은 무조건 4,000원 이상을 부르던 주인 분들에게 익숙해져 있던 저에게는 다소 충격적이기까지 했습니다.
희귀본보다는 '저렴한 새 책'을 찾고자 헌책방을 다니시는 분이라면, 그리고 문학에 관심이 많고 수필집을 즐겨 읽는 분이라면, 초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청소년이라거나 그런 자녀를 둔 분이라면 이 헌책방에 가서 실망하는 일은 없으리라 조심스레 예측해봅니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전철역과 버스터미널이 있어서 도보로 찾아가기도 편리합니다. 천안 근처에 살거나, 천안에 들를 일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천안에는 호두과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대도시의 여느 헌책방에 견주어도 결코 손색이 없는 헌책방도 있음을 확인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