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있는 그대로 흘러가게 놔두는 데 불안을 느끼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이 사회가 치열한 경쟁을 조장하는 사회이기 때문일까? 살아있다는 것은 원래 끝없는 불안정의 지속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아니면.
허구의 이야기 속에서 불륜을 방관하는 것과 실제 생활 속에서 불륜을 목격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다. 지겨운 통속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그것을 체험하는 일이 늘 새롭고 놀랍다는 데 있지 않을까. 개별자는 애써야만 초연할 수 있다, 평범하건 비범하건.
잠 못 드는 밤, 악의에 관한 글을 읽는다. 반성하고, 어리석음을 참회하다가도 곧 나이 많은 방화범처럼 서투른 몸짓으로 달려가 악의에 기름을 끼얹고 싶어하는 자신을 의식한다. 윤리가 어디에 있는가, 저 아름다운 동상 앞에서 박제된 것은 과연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