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나! 로나!")
클로디가 부르는 로나의 이름에는 수없이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제발 도와줘, 나를 사랑해줘, 그리 냉정하게 나를 대하지 말아줘, 나를 인간적으로 ……. 로나는 그에 대해 우선은 침묵하고, 마지못해 대답하고, 뒤늦게 절절히 대답한다.
[로나의 침묵]은 극사실주의로 일컬어도 될 정도로 전혀 가공하지 않은 듯한 현실을 다루는 영화다. 마약중독, 위장결혼, 살인 등 꽤 자극적인 소재를 아우름에도 흥미진진하다기보다는 고통스럽게 이 영화가 다가오는 이유는, 영화가 기승전결의 이야기를 택하되 기승전결의 연출을 택하지는 않았다는 데 있을 것이다. 특히 폭력과 성애는 오늘날 대다수 영화가 지향하는 바와는 달리 여기에서 날 것 그대로, 고요하면서도 끔찍하게 표현된다.
잔잔한 물결 아래 갑자기 나타나는 상어의 이빨처럼 일련의 사건이 급부상하지만, 그 사건은 곧 로나의 가슴 속으로 침잠한다. 로나는 잘 사는 나라의 마약중독자와 위장결혼을 하여 새로운 삶을 꿈꾸었던 여인이다. 클로디는 마약을 살 돈을 얻으려 로나와 위장결혼을 했지만, 결국 마약을 끊고 새로운 삶을 살고자 로나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맡겼던 사람이다. 그들은 나름대로 새롭게 거듭난다. 삶은 그러나 그럼에도 쉽지가 않다.
다소 지루하고, 아프고, 힘겨운 영화감상 뒤에 점점 진하고, 거스를 수 없고, 묘한 여운이 남는다면 그것은 바로 이 영화가 가감 없이 다루는 좌절에 있을 것이고, 인간의 운명에 있을 것이다. 더불어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숙고하게 하는 부분에도.
별점 : ★★★☆ (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