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말하는 것보다 아주 가벼운 사람이다. 가볍게 행동하는 것보다 무겁게 행동하는 게 훨씬 쉬워서 무거운 사람처럼 있을 뿐, 실상은 깃털보다 조금 더 무거울 뿐인 인간이다. 무겁게 말할 때 진땀이 흐르는 것을 보면 그런 것 같다.
서투른 무거움이란 끔찍하다. 연기는 배우만 하는 게 아니다. 연인 앞에서 사랑을 갈구할 때 진정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데 눈이 어색하게 감기고 얼굴이 일그러지면 분위기가 깨진다. 진심은 반드시 통한다고들 한다. 그렇다, 하지만 기교 없는 진심이 통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리고, 결국 통하지 않을 때도 있다. 내 경험에 비추어보면 그런 것 같다.
[손수건을 꺼내라]라는 영화에는 10살이 조금 넘은 소년이 20살이 훌쩍 넘은 여성과 동침하는 장면이 있다. 내가 동경하는 삶은 바로 그러한 것이다. 그 외에 바라는 것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살아갈수록 나의 그릇은 딱 그 정도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발정 난 개의 영혼이 깃든 비석이다. 이 딱딱하고 병든 몸으로는 나의 영혼이 욕망하는 바를 실현해낼 수가 없다. 나의 불행은 딱 그 정도뿐이다. 그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