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만한 사람을 뻔뻔한 인간으로 여긴다. 그렇게 보이지 않고자 입과 몸을 꽉 붙들어 맨다. 내면에서 끓어 넘치는 오만가지 것들을 향해 채찍을 휘두른다. 만신창이가 되어 세상을 바라본다. 흑백의 세상을 가로지르는 빨간 드레스를 입은 여인, 그 앞에서 눈을 질끈 감았다가 슬며시 뜬다. '사랑은 믿지만, 평화는 믿을 수가 없다.'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어느 것이건 다 믿고, 믿지 않고 성찰하는 이들을 경멸하고, 그들 앞에서 뻔뻔한 인간의 순박한 자신감을 긍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