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기타 등등

교차로2

아는사람 2009. 8. 13. 09:54


발터 벤야민에게
"당신은 저의 아버지를 닮았습니다. 거의 항상 얄미울 정도로 적합한 말만 하고, 심지어 유연하기까지 하죠. 저는 아버지를 존경하듯 당신을 존경합니다. 그렇지만 아버지를 좋아할 수 없듯 당신도 좋아할 수는 없더군요. 어쩌면 훗날 저는 당신을 향한 사랑을 고백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당신이 저를 인정해줄 날은 영영 오지 않을 것 같네요."

홍상수
어린아이는 성욕에 무지하기에 가장 순수하게 자신의 욕망을 좇아가고, 어른은 순수해지고자 자신의 욕망을 놓고 저울질하다가 이도 저도 실패하고야 만다. 그러니 조금 편하게 살자, 그게 정답이다. 뭐 아니면 말고.

데이빗 린치
다른 그 어떠한 것의 도움 없이 오직 직관만으로도 절정에 이를 수 있다. 다만 그것은 직관의 천재에게만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니체
그는 절대 인간적이지는 않았다.

각주 없는 고전[각주:1]
(각주 참조)

미용실과 백화점
편안한 쇼핑, 즐거운 미용 체험을 위해 고객에게 친절하게 이러저러한 얘기를 건넨다는 발상은 분명히 여성적이다. 남성 대부분에게 그것은 개인적인 구애로 다가오거나, 성가신 간섭으로 여겨진다. 피차 착각하지 말 것!

트위터
자그마한 새의 지저귐을 이 세상의 소음 속에서 들어줄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여기에서 되새길 수 있는 사실 : 꼭 귀 기울이는 이가 있어야만 지저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푸드코트에서 홀로 식사하는 일2
'알밥도 먹고 싶고, 제육덮밥도 먹고 싶고, 일식 돈가스 세트도 먹고 싶다. 차라리 뷔페에 가고 싶을 정도다. 뷔페에 갈 돈이 있다면 차라리 여러 가지 음식을 이곳에서 주문하는 게 더 경제적일 테고, 막상 먹기 시작하면 한 가지 메뉴로도 충분하지만! 아, 그러나 나는 이 모든 음식을 모두 다 먹고 싶을 정도로 모두 다 먹고 싶다.'

헌책방
가치 있는 헌 책을 파는 곳일까, 가치가 헌 책을 파는 곳일까?




  1. 책을 읽던 한 작가 지망생이 말했다. "문학작품 대부분은 그 시대가 지나감에 따라 즉각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리곤 한다. 고전이 되고 나서도 각주 없이 즉각적으로 소통할 수는 없을까?" 그러자 책 날개에 파혀 있던 한 고인이 답했다. "이봐, 그런 얘기는 일단 책을 덮은 다음에 하는 게 어떻겠나?"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