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국제영화제에 다녀왔다. 국제영화제가 아니라 동네영화제 수준이었다.
1. 국제영화제의 셔틀버스라면 그 안에 최소한 2개국어(한국어/영어)로 정거장을 안내하는 시스템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 수준까지 안 되더라도 어쨌든 자원봉사자 한 명쯤은 버스 안에 타서 안내를 도맡는 게 기본 중의 기본일 것이다. 하지만 충무로영화제 셔틀버스 안에는 자원봉사자도 없었고, 안내방송도 없었고, 불친절하고 미숙한 운전기사밖에 없었다. 게다가 교통 및 날씨를 핑계로 툭 하면 늦었다.
셔틀버스 문제는 곧 각 상영관 사이의 거리의 문제다. 이번 충무로영화제에서 사용하는 상영관 수는 다 합쳐야 겨우 10여 개에 지나지 않는다. 요즘 웬만한 멀티플렉스 극장 한 곳의 상영관 수와 비슷한 것이다. 통째로 극장 한두 군데를 빌려서 쓰면 충분히 영화제를 진행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충무로영화제 측에서는 명동부터 동대문까지 걸쳐 있는 극장 여섯 군데에서 각각 두세 개씩의 상영관을 빌려서 영화제를 진행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것까지는 좋다, 이거다. 하지만 그렇게 걸어서 이동하기 힘든 거리에 있는 극장 여러 곳에서 영화를 상영한다면 공식 이동수단인 셔틀버스 운행만큼은 차질 없도록 신경을 써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다. 이 상황을 무시하고 교통문제 때문에 셔틀버스가 늦었다느니 하는 식으로 변명하니... 이게 동네영화제 수준이 아니고 도대체 무엇이겠는가.
2. 관람태도도 엉망이었다. 관객 수준이 다른 영화제보다 낮아서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다른 영화제처럼 영화상영 전에 따로 관람 시 유의사항을 일러주는 방송을 준비하는 대신 스폰서 기업들의 광고만 지겹도록 틀어준 영화제 측에 책임이 있는 것 같았다.
3. 단체관람을 온 인근 지역 학생들도 꽤 많았는데,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오고 싶어서 온 것이라기보다는 학교의 강권으로 온 것이라는 데 있고, 그럼에도 영화관 객석의 노른자위라고 볼 수 있는 뒷좌석 가운데 부분을 중심으로 좋은 좌석을 차지하고 앉았다는 데 있다. 결국 그 영화가 보고 싶어서 찾아온 일반 관객들은 양 측면이나 맨 앞으로 밀려나서 불편하게 영화를 관람해야 했다.
4. 이번 충무로영화제를 둘러싸고 이러저러한 불만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영화제 홈페이지에서건 영화제 현장에서건 이에 대해 귀를 기울이고 사과하려는 주최 측의 모습은 찾아보기가 힘드니 더더욱 문제다. 그렇듯 무책임한 스태프 탓에 애꿎은 자원봉사자들만 이중삼중으로 고생하는 것 같아 안쓰럽다. 영화제 시작 전부터 여러 말이 많았어도 그저 영화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찾아갔건만... 많은 이들이 외면하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음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5. 이덕화 선생님을 비롯한 충무로영화제 집행위원회 분들, 다음번에도 계속 집행하실 것이라면 국내에서 열리는 다른 국제영화제에라도 한 번 가보시길, 거기에서 무엇보다도 관객 한 명이라도 소중히 배려하는 개념부터 배워오시길, 부~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