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부산국제영화제 예매는 다른 영화제 예매와는 차원이 다른 일이었다. 애당초 예매하려 계획했던 영화 중 단 두 편만 성공적으로 예매했고, 나머지는 다 실패했다. 예매시작과 동시에 사이트에 접속했음에도, 불과 1분 사이에 최고 화제작은 다 매진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웬만한 다른 영화도 다 매진되었다. 그래도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하얀 리본] 예매는 성공했으니, 그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다. 게다가 부산이니까, 굳이 영화를 보지 못하더라도 할 일은 많지 않겠는가! 그러나 동행할 사람은 아직 없다. 사실 없는 편이 더 낫다는 생각도 든다. 부산에서 간단히 인사를 나눌 사람 몇 명은 있을 것 같은데, 그 정도가 가장 적절한 것 같다.
2. 내 딴에는 다른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이러저러한 말을 건넨다고 건네는데, 아무래도 그러한 일에 익숙하지도 않고, 아직 서로 낯설다 보니 그러한 일이 버겁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면 다소 경직되거나, 진땀을 흘리곤 한다. 대신 수업시간에 하는 말은 '해야만 하는' 말이기에 거침없이 하는 경향이 있다(물론 이것 역시 서툴기는 하지만 하고자 하는 말은 어떠한 식으로건 다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문제는 수업이 끝나면 상대적으로 꿀벙어리처럼 된다는 점이다. 그러한 점 때문에 내가 너무 진지한 사람으로 비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진지한 만큼 허술하고, 그보다 훨씬 천박한 면도 있는데. 모든 인간에게 그렇듯 다양한 면이 있다는 사실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본능적으로 알 테니, 많은 이들이 한 가지 면만 내비치는 사람을 불편해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착하기만 한 사람, 나쁘기만 한 사람 등등). 그러나 다 까발리고 싶어도 그러기란 불가능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3. 동아리에도 들어갔고, 창작활동의 실마리도 얻었다. 여전히 자신감은 부족하지만, 그래도 복학하기 전보다는 훨씬 상태가 나아진 것 같다. 요즘에는 기분이 좋은 순간이 자주 찾아온다. 많은 사람과 어울리는 일이 즐겁다고 느꼈던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그러한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서 나를 지탱해주는 것 같다. 좋다. 정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