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때로는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괴로울 수도 있다.
2.
최근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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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쁘지 않았다. 엄밀한 미학적 기준을 들이대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 In Wonderland』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Through the Looking-Glass』라는 심오하고 장난기 가득한 동화가 본래 지니는 복합성에 견주어 이 영화를 평가하자면 당연히 형편없는 점수를 줄 수밖에 없겠지만, 그냥 단순히 웃고 즐기기에는 그리 나쁘지 않은 영화였다. 때로는 이렇게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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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영혼을 팔아서라도 보고 싶었던 영화였기에, 실제로 보고 나서 더 허탈하고 아쉬운 감정이 들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훌륭한 소재를 훌륭하게 풀어낸 영화라는 감상이 들기는 했지만, 그 훌륭함이 묵직한 울림을 주지는 않았다. 더 깊이, 동시에 더 가볍게, 라이언 빙햄의 인생을 들여다보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래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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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을 겪고 난 이후, 왠지 모르게 진보적 성향을 띠는 정치 이야기에는 거부감이 앞서곤 한다. 그러한 이야기에 담긴 메시지에 공감하는 바가 많고, 또 적극적으로 동의하는 부분도 적지 않음에도, 그저 무관심하기만 했던 예전과는 다르게 그렇게 되어버린 것이다. 정말 당장 무엇인가를 이루어낼 것처럼 격렬했던 움직임이 별 성과를 내지 못하고 끝난 것 같아 생겨난 무력감 탓일까.
잘은 모르겠지만, [밀크] 역시 그렇듯 '올바른' 정치 이야기를 하는 영화였기에 다소 거부감이 들었다. 하지만 [밀크]는 그러한 개인적인 거부감에 구애받지 않는 아름다움을 지닌 영화였고, 상대방을 설득하는 대신 부드럽게 안아주는 영화, 푸치니의 아리아가 흐르는 비극임과 동시에 가벼운 눈웃음과 춤으로 얘기하는 영화였다.
어느 한 방향으로 고정되지 않은 채 흘러가는 측면은 아마 이 영화의 논픽션적인 성격에서 기인한 것이리라. 숀 펜의 연기가 어떻게 얼마나 뛰어난 것인지는 잘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정말 그가 아니었다면 하비 밀크를 연기해낼 배우가 딱히 없었으리라는 감상이 들었을 만큼, 그가 연기하는 모습은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 클립으로 등장하는 실제 하비 밀크의 모습과도 굉장히 흡사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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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울림이 있는 영화였다. 이 정도로 첫 사랑을 시작하고 끝마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축복받은 일이란 감상도 들었다. 사랑에 대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 늘어날수록, 즉 사랑의 자유가 보장될수록 그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인원은 줄어드는 것 같다. 가령 그것은 자본의 자유를 강조하는 신자유주의가 오히려 다수의 '극빈층'을 만들어낸 것과 마찬가지의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몇몇 소수가 그 누구도 꿈꾸지 못할 다양한 사랑의 가능성을 독차지하는 동안 나머지 인원은 그저 그런 상대방과 그저 그런 몇 번의 데이트 그리고 지나친 환상 같은 것에 갇혀 지내는 것 같다는 얘기다. 그래도 그 정도라도 누릴 수 있다면 나은 편이라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그보다 더 심한 사랑의 극빈층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듯 진정한 극빈층이 존재한다면, 이 영화를 보고 별 위로를 받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사랑은 위대하고, 이 영화는 그 위대한 만큼 진부한 소재를 제법 그럴듯하게 살려냈다. 그것만으로도 좋은 점수를 줄 만하다고 본다.
3.
홍콩에서 무심코 집어온 The Cardigans의 [Life] 음반을 드디어 들어보았다. 이들이 'Lovefool'을 부른 밴드라는 사실을 전혀 기억해내지 못했는데, 오늘 다시 이들의 음반을 들으려다가 우연히 그 곡의 멜로디를 흥얼거리게 되었다. 음악이란 참 신비하고 아름다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