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23-24일)
추석 연휴를 이용해 가족과 함께 통영에 다녀왔다. 가족 여행이 오랜만이기도 하고, 내 나이가 부모님과 함께 어디로 마냥 즐겁게 떠날 나이가 아니(라고 스스로 생각하)기도 한 데다가 아버지와의 사이가 그리 좋은 편도 아니어서 짐짓 걱정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꽤 즐겁고 편한 여행이 되었다.
이번에도 사진기는 따로 들고 가지 않았다. 휴대폰으로, 여행사진이라기보다는 '인증샷' 정도의 사진만 몇 장 찍었다.
동피랑 마을. 서울의 달동네와 비슷한, 다소 허름한 집이 언덕에 늘어서 있는 곳이었는데, 벽화를 그려놓으니 그리스 산토리니 부럽지 않을 정도로 예쁘장하게 보였다. 정작 그곳에 사는 이들은 몰려드는 관광객 때문에 조금 불편할 것 같기도 했지만.
홍상수의 영화 [하하하]에 나와 유명해진 나폴리 모텔. 이곳에서 가족과 함께 묵었다. 통영항 바로 앞에 있어서 전망도 좋았는데, 살펴보니 그 부근에서 가장 높은 축에 속하는 건물이었다. 외관은 조금 낡은 편이었지만, 내부는 지방에 있는 모텔치고는 깔끔한 편이었다.
주인아저씨에게 물어보니, 5층에 있는 방에서 영화를 촬영했고(504호였던 것 같다), 직접 배우들이 촬영 기간에 그곳에서 잤으며, 스텝은 그 아래층에서 잤다고 한다. 5층을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나름 만족스러웠다. 내가 묵은 방은 8층에 있었는데, 그곳의 구조가 영화 속에서 본 그것과 거의 똑같았기 때문이다. 지금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그 방의 인증샷을 찍지 않은 게 조금 아쉽다.
통영 여행기를 보면 꼭 이 해저터널의 입구가 등장하곤 해서 궁금했다, 저 터널은 차로 가는 것인지 그 터널에 들어가면 바다가 보이는 것인지 등등. 가보니 차는 출입을 할 수 없었고, 온통 콘크리트뿐이었다. 1930년대에 지어진 터널이라고 한다. 별것은 없었지만, 콘크리트투성이인 공간에서 소금기 섞인 바닷바람을 맞이하는 것은 꽤 신선한 경험이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미륵산 정상에 올라가기도 했다. 이 사진은 그 정상에서 조금 아래 부근에 있던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통영의 모습이다. 하늘이 맑아 눈도, 마음도 상쾌해지는 광경이었다.
그밖에 사진으로 남기지는 못했지만, 졸복이 들어간 복국을 먹기도 했고, 오미사빵홀에 가서 '꿀빵'을 사 먹기도 했다. 다 나름대로 맛있기는 했지만, 역시 경상도는 음식으로 손님을 사로잡는 동네는 아니라는 감상이 들었다.
이번 추석은 별 탈 없이 잘 보낸 편이다. 통영 여행을 다녀오고 나니 뭔가 정화된 느낌이 들기도 했다. 기나긴 연휴를 보내고 다시 학교에 가면 또 조금 힘들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이런 연휴가 주어졌다는 사실이 감사하기까지 하다. 이 정도면 나름대로 행복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