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동안 고립에 관한 글을 쓰려고 했는데, 이번에도 미완성에 그치고 말았다. 나는 아직 부족한 모양이다. 어쩌면 영원히 부족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계속 포기해야겠다는 생각만 든다. 포기하면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지? 모르겠다. 자꾸 무력해지고, 현실을 생각할수록 과거의 내가 혐오하던 생활로 가까이 다가서는 나 자신이 보인다.
어둠 속에서 빛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자는 문학에 종사하지 말라, 그 자신이 가야만 했던 길에 대한 회한 때문에 생긴 침전물이 그의 글 밑바닥에 생길 것이다. 그런 말이 떠오른다. 나는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내 주변의 모든 가능성을 점검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전히 아무런 확신은 없다.
한때, 내 삶의 모든 가능성이 망가지고 내 실제 생활이 엉망진창으로 변한다고 하더라도 나에게는 예술이 있으니 견딜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적이 있다. 나는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무척 낯 간지러운 생각을 매우 낡은 방식으로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제는 그러나 예술 같은 것에 대한 확신도 없고 다만, 부모님의 죽음과 나 자신의 독립 같은 문제에 대해 두려움과 슬픔을 느낄 따름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최선은? 가짜가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도대체 나는 누구의 판단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이틀 뒤면 개강이다. 학기가 시작하면 또 아무 정신이 없겠지. 이번 여름 방학 때 다녀올 예정인 긴 여행을 준비하려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이렇게 시간은 앞으로도 쉴 새 없이 흘러갈 것이다. 여행을 다녀오면 갈피가 잡히리라 짐작해보지만, 그것은 그저 별생각 없는 낙관임을 잘 안다. 내가 지금 기댈 수 있는 것은 완전한 죽음이 아니라면 그런 낙관밖에 없는 것 같다. 나 자신의 의지를 거스르는, 그러나 나 자신의 본성에는 들어맞을지도 모르는 그런 무력한, 유일한 가능성으로서의 낙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