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2011.6.30-7.29)

[유럽] 7월 5일 - 런던에서 파리로

아는사람 2011. 7. 31. 23:11


7월 5일(화)
-런던 세인트 팬크라스 역, 파리 북역



이것이 바로 숙소에서 사 먹을 수 있던 아침. 크로와상(혹은 초콜릿 빵)+시리얼+과일 하나+커피(혹은 홍차)+오렌지 주스... 이렇게 구성되어 있고 가격은 3.9파운드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저 정도 가격도 비싸다고 하는 사람이 많긴 하지만, 런던을 돌아다녀 보면 저 정도 가격이 그냥 적당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저보다 싼 가격에 테이블까지 제공하는 식당은 거의 없기 때문이고, 과일도 주고 오렌지 주스나 물을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는 곳도 그리 흔치 않기 때문이다.


런던에서의 마지막 아침 식사를 마치고, 바로 체크아웃을 했다. 오전 11시 기차를 미리 예매해두었는데, 파리까지 가는 유로스타 기차가 오가는 런던 세인트 팬크라스 역은 내가 묵었던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았지만, 그래도 초행이었기에 그냥 서둘러 숙소를 나섰다. 체크 아웃 절차는 호스텔답게 매우 간단했다. 그냥 키만 반납하면 되는 셈.  


가는 길에는 물론 정신도 없었고, 조금 긴장한 상태여서 아무런 사진도 찍지 못했다. 세인트 팬크라스 역하고 킹스 크로스 역이 서로 다른 곳인 줄 알았는데, 막상 가보니 함께 붙어 있어서 조금 놀랐다. 어쨌든 도착해서 무거운 짐을 끌고 겨우 유로스타 타는 곳까지 갔고, 시간이 제법 남아 근처 카페에 들어갔다.




코스타 커피. 이 역시 런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커피 체인점이었는데... 카페 네로보다는 이곳 커피 맛이 더 나았으나, 역시 별맛은 없었다. 



카페에서 기다리며 찍은 사진. 이때가 되어서야 겨우 한숨을 돌렸다. 그래서 가이드북을 보고, 가지고 간 책을 조금 읽고, 별맛 없는 커피를 마시고... 하며 시간을 보냈다.


곧 시간은 다 되었고, 나는 카페에서 유로스타를 타는 곳으로 이동했다. 영국은 유럽연합에 속해 있기는 하지만, 유로화를 안 쓰는 등 여러모로 유럽 대륙과는 분리된 성향이 강한데, 다른 유럽연합 국가 사이를 이동할 때 입국 심사를 따로 하지 않는 것과는 달리 영국에서 다른 유럽연합 국가로 건너갈 때에는 간단하게나마 입국 심사를 한다. 유로스타를 타기 전에도 입국 도장을 여권에 하나 받았다.




입국심사를 마치고 들어가 유로스타를 기다리는 공간. 저 위의 스크린에 기차가 몇 번 플랫폼에서 출발하는지 뜨고, 안내방송이 함께 나온다.


방송은 머지않아 나왔고, 저 사진 속에 보이는 수많은 사람과 함께 우르르 해당 플랫폼으로 이동했다.




유로스타에 타기 전에 기차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유로스타는 유럽의 다른 고속열차와 달리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좌석을 지정하여 예약할 수 있고, 또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그 가격도 항공권에 육박할 정도로 비싼 기차여서 조금 기대를 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비좁고 시설도 낡은 편이었다. 나중에 벨기에 안에서 이동할 때 탔던 IC가 훨씬 쾌적해서 조금 신기했다.




유로스타의 통로 부분.


런던에서 파리까지는 2시간 조금 넘게 걸렸다. 런던과 파리는 시차가 1시간이어서 결과적으로는 3시간 넘게 걸린 시각이 되었지만, 11시에 출발한 것이었으니 시간은 넉넉했다.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파리까지 오는 길에 점심은 런던 세인트 팬크라스 역에 있던 프랑스 빵집 PAUL에서 산 바게트 샌드위치로 먹었는데... 이때가 사실상 파리와의 첫 대면이었다. 바게트 샌드위치라는 것을 거의 처음 먹어보기도 했거니와, 그중에서도 무척 훌륭한 수준의 것을 처음으로 먹었던 것이기에 황홀했다. 양도 많아서 두 번에 나누어 먹었는데... 하여간 이때 이후로 기차를 탈 때마다 바게트 샌드위치를 하나씩 사서 점심을 해결했다. 사진을 찍은 게 하나도 없다는 게 조금 아쉬운데, 생각해보면 아쉬울 것도 없는 게 한국에서 그 바게트 샌드위치를 먹을 수 없다면 사진을 담는 것만으로는 별 소용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직접 먹어보아야 하는 음식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여간 나중에 유럽에 가실 분들은 바게트 샌드위치 꼭 드셔 보시길. 직접 이곳저곳에서 사전 정보 없이 사 먹어본 바로는, 어디에서 사 먹건 간에 다 맛있었다. :)



바게트 샌드위치 덕에 프랑스의 첫인상은 좋았지만, 파리 북역은 그 드높은 악명대로 첫인상부터 뭔가 음산하고 무서웠다. 나중에 가보니 그냥 조금 낡고 더러운 것뿐이었지만, 그래도 파리라는 낭만적이고 거대한 도시의 주요 열차를 운행하는 역으로 보기에는 너무 질이 떨어지는 곳임은 분명한 것 같다. 프랑스는 정말이지 수도에 돈을 투자할 필요가 있다. 다른 곳 말고 지하철, 기차역, 대중교통 시스템... 정도만 정비해도 관광객의 볼멘소리를 훨씬 덜 들을 것이다.


파리에서는 민박에서 묵었다. 시내 중심에서 거리상으로는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지만 일반 지하철이 아닌 시내 외곽까지 운행하는 RER선을 타고 가는 것이어서 약간 긴장한 채 이동했다. 거리상으로는 짧았지만 가는 내내 에어컨 하나 없고 더럽고 냄새나는 전철 안에서 무거운 짐을 가지고 있느라 무척 고단했다.


민박은 시설 자체는 그렇게 좋지 않았지만, 주인아저씨와 아주머니가 무척 친절하셨고, 또 음식도 훌륭한 편이었으며, 화장실도 다른 민박에 비해 그 수가 많은 편이었기에 실질적으로 불편한 부분은 거의 없었다. 런던의 그 평 좋은 호스텔에 잔뜩 실망했던 터라 민박에 와서 짐을 대충 정리하고 씻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민박은 와이파이를 비롯하여 세탁이나 식사 제공이 모두 무료였고 그러고도 가격은 호스텔보다 더 저렴했으므로, 당연히 더 좋을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원래 체력이 허락한다면 파리에 일찍 도착할 예정이었으므로 주변을 한번 둘러볼 생각도 있었지만, 유럽에 와서 처음 기차를 타고 다른 도시로 이동한 것이기도 했고, 또 파리의 그 지저분한 전철을 처음으로 대면한 채 민박까지 찾아오느라 진을 뺀 탓도 있었기에 이날은 그냥 숙소에서 쉬기로 했다.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나갔다. 파리의 첫인상은 안 좋을 것임을 각오하고 갔음에도 그리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다음 날 직접 파리 시내로 나가보면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고, 그 확신은 정당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