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2011.6.30-7.29)

[유럽] 7월 23일 - 라이프치히

아는사람 2011. 8. 30. 21:18


7월 23일(토)
-매들러 파사주, 토마스 교회, 바흐 박물관



베를린 중앙역에서 라이프치히 행 열차를 탔다.



유럽에서 열차 1시간 거리는 무척 짧게 느껴졌다.



독일 초고속 열차 이체ICE. 내가 라이프치히까지 타고 간 열차도 이체였는데 바로 옆에 똑같은 이체가 있어서 반가운 마음에 찍었다.



라이프치히 중앙역!



라이프치히 중앙역이 좋다는 얘길 꽤 들었기에 기대하고 갔는데 패스트푸드점만 많고 지하 쇼핑몰은 냉방도 잘 안 되어 있고... 그냥 그랬다. 베를린 중앙역의 최신식 시설에 익숙한 상태로 갔던 것이어서 더 실망이 컸던 것 같다.



그래도 아무튼 도착하니 설렜다.



중앙역 밖으로 나왔다.



길을 건너니 이런 예쁘장한 곳이 나왔다.



삭막한 베를린 풍경에 익숙해져 있다가 이런 것을 보니 신기했다.



좋았다.



건물이 다 깔끔하고 예뻤다.



각 건물이 무엇인지는 이날도 정확히 잘 몰랐고 그나마 이날 알던 것도 지금은 잘 기억나진 않지만... 아무튼 다 멋졌다. 



니콜라스 교회 앞에 있던 곳이었을 것이다. 



굳.



베를린이 얼마나 황량한 곳인지 라이프치히를 둘러보며 실감했다. ㅎㅎ 물론 그만큼 베를린이 좋은 면도 있기는 했지만.



괴테 동상.



이곳이 아마 구시청사였을 것이다. 



이런 동상도 있었다.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들어간 파사주. 나중에 보니 그 유명한 매들러 파사주였다.



유럽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특정 공간을 꼽는다면 바로 파사주를 꼽을 수 있을 듯.



이곳에는 바로 괴테의 『파우스트』 속 배경이 된 카페 겸 레스토랑인 아우어바흐스 켈러가 있었다.



입구에는 이런 동상도 있었다. 아래 글귀는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메피스토의 제자가 마법을 썼던 장면... 이라는 내용인 것 같다. 

가격이 적당하면 안에 들어가서 간단히 음료라도 마실 생각이 있었는데, 조금 비싸기도 했고 내부로 들어가는 문이 꽤 크고 묵직한 데다가 밖에서 안을 들여다볼 수도 없게끔 되어 있어서 선뜻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발걸음을 돌렸다.



모엣&샹동 샴페인 매장도 있었다.  

파사주 밖으로 나와 돌아다녔다.


한 서점 앞. 파울 칼크브레너 포스터가 요기에도 잉네? 하고 살펴보니 공연 일자가 적혀 있었다. 라이프치히 사람들이 부러웠다. 



토마스 교회에 갔다.



바흐가 오래 머문 교회라고 하니 나도 모르게 감격스러워서 사진을 조금 찍었다.



이렇게 메모도 하나 남기고 왔다.



마침 갔을 때 저 위에 있던 파이프 오르간이 연주되고 있었다. 그것도 바흐의 가장 유명한 오르간 작품인 토카타와 푸가 D단조였다. 파이프 오르간 소리를 그리 많이 들어본 것은 아니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상당히 훌륭하게 여겨졌다. 음색도 깨끗했고, 음량은 내장이 울릴 정도로 깊었고, 또 연주 실력도 발군이었다.



멍하니 연주를 듣고는 한참 동안 교회 안을 둘러보다가 밖으로 나왔더니 바흐 동상이 보였다.



멋졌다.



교회 입구.



토마스 교회 바로 앞에는 바흐 박물관이 있었다.



2011년 7월 23일 바흐 박물관 방명록. 내 바로 앞에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여러 명 있었는데, 방명록을 통해 그들이 다 한국인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도 한 팀은 예술의 전당에서 온 사람들이라니 감회가 남달랐다.



박물관에 있던 바흐의 석고상.



박물관 입구와 실제 전시 공간 사이에는 이렇듯 예쁘장한 정원처럼 꾸며진 공간이 있었다.



라이프치히 바흐 박물관.



1·2층이 빼곡히 바흐에 관한 것만으로 채워진 공간이었다. 그것도 무척이나 정교하고 전문적이고 다양하고 거의 완벽하게 여겨질 정도로 훌륭한 자료로 채워져 있었다. 내가 유럽에서 가본 미술관/박물관을 통틀어서 최고 수준에 속하는 곳이었다. 터치스크린으로 작동할 수 있는 바흐의 전곡이 담긴 개인용 음악 감상 기기도 있고... 하여간 엄청났다. 바흐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라이프치히에 가서 꼭 이곳에 가보길 권하고 싶다.



입구는 이렇게 생겼다.



바흐 박물관은 이쪽으로.



이 '2001' 서점은 베를린에서도 한 곳 보았는데, 라이프치히에도 있는 것을 보니 신기했다. 베를린 지점은 체인형 서점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개인서점 같은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이곳은 꽤 넓고 깔끔했다. 역시 안에 있던 책들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점심으로는 프랑스식 간이식당에 가서 야채 파스타를 시켜 먹었다. 맛이 꽤 좋았다.



다시 토마스 교회 앞으로 와 보니 바흐 동상 앞에서 소녀 두 명이 자리를 잡은 채 악기를 연주하고 있었다.



토마스 교회 앞에 있던 서점에서 음반을 몇 장 사기도 했다. 아르모니아 문디 등 꽤 괜찮은 클래식 음악 레이블에서 나온 CD를 하나에 3유로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팔고 있었다. 



라이프치히는 짐작했던 것과는 달리 꽤 고풍스러우면서도 아름답고 깔끔한 거리로 수놓아진 도시였다.



이런 동상도 있었다.


돌아다니다가 보니 어디에선가 가슴을 울리는 저음의 베이스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처음에는 음악이라기보다는 꼭 여러 대의 탱크가 라이프치히 시내로 진격해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럴 리는 없다고 생각하고 가만히 살펴보니, 정확한 취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다들 매우 신이 나보이는 사람들이 줄지어 걸어오고 있었다. 음향 장비를 잔뜩 실은 채 가지각색의 음악을 들려주는 트럭이 한 대씩 차례로 중간마다 배치되어 사람들을 이끌고 가는 형식이었다.
 



이런 식이었다.



경찰도 있고 구급차도 있었지만 그냥 안전상의 이유일 뿐 다들 무척 자유롭게 노는 분위기였다. 이 광경을 보고 있자니 클럽에 가고 싶었다. 다들 즐거워 보였다.



라이프치히 대학.

역시 다른 유럽 대학과 비슷하게 캠퍼스도 없고 건물 자체도 주변 건물과 그냥 비슷하게 생겨서 밋밋한 편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 다른 유럽 대학과 마찬가지로 분명히 유서 깊고 대단한 곳일 것이다.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공연장에 가보기도 했다. 역시 여름 휴관 상태여서 문은 닫혀 있었다.



게반트하우스 바로 앞에 있던 분수대.



이것이 조금 멀리서 본 게반트하우스. 꽤 커서 한 프레임 안에 들어오지 않았다.



영락없는 내륙 도시인 라이프치히의 한 광장에서는 이렇게 모래를 잔뜩 가져다 놓고 비치 발리볼 경기를 하고 있었다. 



한쪽은 남자, 한쪽은 여자 경기가 벌어지고 있었다. 뱃살이 상당히 나왔음에도 비키니 차림으로 경기를 펼치던 여자 선수 한 명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이런 조형물도 있었다.



라이프치히 거리에서 팔던 소시지 빵을 하나 사 먹기도 했다.



빵은 차가웠지만 소시지 맛이 정말정말정말정말정말정말 일품이었다.  



카페와 식당이 늘어서 있던 한 거리에 가서 맥주 한 잔을 마셔보기로 했다.



이곳이 내가 앉은 자리.



작은 맥주 한 잔. 



맥주도 정말정말정말정말정말 맛이 좋았다. 그런데 이것 하나 달랑 시키고 마신 다음에 팁도 없이 나와서 무척 민망하고 미안했다. 그동안은 그래도 적당히 팁도 주며 다닌 편인데 왜 이곳에서만 유독 그랬던 것인지 모르겠다. 종업원 서비스도 상당히 좋았는데. 이 이후로는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다시 돌아온 라이프치히 중앙역.

라이프치히에서 보낸 하루는 무척 알찼고, 좋았다. 



베를린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렇듯 수없이 많은 풍력발전기를 보기도 했다.





날이 맑아서 더 좋았다.



숙소에 들어와 라이프치히에서 사온 3유로 할인 판매 음반들을 꺼내보았다. 바흐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움 음반을 빼놓고는 한국에 와서 한번씩 들어보았는데 다 좋더라. 음반 표지에서 느껴지는 잔잔하고 편안한 분위기 그대로의 음악이었다.



이후 저녁 시간은 숙소에서 쉬면서 보냈다.

라이프치히에 다녀오는 데에 걸렸던 왕복 2시간은 사실 크게 부담스럽지가 않아서, 왕복 4시간이 걸리는 드레스덴에도 한번 가볼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동 시간보다도 열차 간격 자체가 그리 자주 있지도 않다는 점이 걸렸다. 드레스덴이 아름다운 도시라는 점에서는 그곳에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동의하는 것 같았지만, 라이프치히가 생각보다 훨씬 좋고 아름다웠기에 굳이 드레스덴에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다음 날에도 그러나 베를린을 둘러보기보다는 근교 도시에 가고 싶었다. 잠시 고민하다가 떠오른 곳은, 바로 첫날 베를린에서 무료 투어를 할 때 가이드가 한번 가보기를 권했던 '작센하우젠'이라는 곳이었다. 이곳은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라, 나치의 수용소가 있었던 곳으로 지금도 그곳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곳이다. 그만큼 음침하고 우울한 행선지가 될 수도 있지만, 독일에 와서 그러한 공간을 직접 둘러보는 것은 꽤 의미 있는 일일 것 같았다. 나는 그래서 중앙역에 있던 관광 안내소에 가서 작센하우젠까지 가는 법을 안내받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포츠담에 아직 못 가보기는 했지만, 포츠담보다는 작센하우젠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옛 나치 수용소에 가는 경험은 포츠담에 가서 관광지를 둘러보는 것보다 개인적으로는 훨씬 의미 있는 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나는 그 결정대로 작센하우젠으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