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2011.6.30-7.29)

[유럽] 7월 24일 - 작센하우젠 (나치 수용소)

아는사람 2011. 9. 13. 13:22


7월 24일(일)
-작센하우젠 나치 수용소 및 박물관, 베를린 콜비츠 거리(광장)


전날 생각했던 대로 이날은 베를린 근교에 있는 작센하우젠에 갔다.



역에서 간식거리 삼아 빵을 하나 사 갔다. 유럽 빵집에서 파는 빵은 우리나라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담백하고 설탕도 적게 들어가고... 하는 식의 말을 하도 들어서 정말 그런 줄 알았는데, 독일은 절대 그렇지 않았다. 우리나라 식빵처럼 담백한 빵은 담백했지만, 나머지 빵은 설탕 덩어리가 뭉쳐 있는 게 보일 정도로 엄청나게 달았다. 그만큼 맛있기도 했지만.



작센하우젠까지 가는 S반을 갈아타고자 프리드리히슈트라세 역으로 우선 갔다.



가는 길.



꽤 멀었다. 1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아마 역 이름이 작센하우젠 역이었을 것이다.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표지판이 가는 길목에 쭉 있어서 찾아가기가 어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주 가까운 거리는 아니고, 걸어서 한 20분 정도 걸렸다.





베를린도 그리 아름답거나 화려하다고만은 볼 수 없는 외양의 도시였지만, 작센하우젠은 꼭 미국에 있는 외딴 마을처럼 아무것도 없다시피 한 곳이었다. 



마침내 작센하우젠 수용소 및 박물관에 도착했다.




입장 및 관람은 무료였지만, 오디오 가이드는 따로 돈을 받았다. 워낙 드넓은 공간이므로 오디오 가이드가 유용하기는 했으나, 할 수만 있다면 그냥 미리 공부해서 가이드 없이 따로 둘러보는 편이 내 성미에는 더 맞는 것 같더라. 중간마다 멈춰 서서 설명을 듣고 있자니 집중도 잘 안 되고 더 쉽게 지치고 맥이 빠지는 감이 있었다. 그것은 꼭 이곳뿐만이 아니라 다른 유럽의 박물관/미술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Arbeit Macht Frei." 노동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정도의 뜻일 것이다. 옛 나치 수용소 어디에나 이 문구가 있는 것으로 안다.
 

















사진은 그렇게 많이 찍지는 못했다. 그럴만한 풍경으로 다가오지도 않았고... 무엇보다도 이곳에 있는 내내 너무나도 우울하더라. 처음엔 그 유명하고 역사적인 장소를 방문한다는 생각에 들뜨기도 했지만, 어딜 가건 죽음의 인상이 느껴지던 그곳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마음이 계속 가라앉았고, 마침내 시체 안치실로 쓰였다는 곳에 들어갔을 때에는 너무 섬뜩하고 무서워서 가슴을 졸이며 들어가자마자 바로 나온 다음, 서둘러 출구 쪽으로 향했다.

독일뿐만이 아니라 세계사에서 너무나도 어두운 부분을 차지하는 유대인 학살의 상징인 나치 수용소는 이곳 작센하우젠에 거의 처음 생기다시피 했고, 이곳 수용소를 모델로 해서 그 유명한 아우슈비츠 수용소 같은 것이 후에 지어졌다고 한다. 혹은 그러한 설명을 읽고 들은 것 같은데... 내가 잘못 이해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수용소 바로 밖에는, 즉 수용소로 향하는 길목에는 꽤 예쁘장한 집들이 쭉 늘어서 있었다. 수용소까지 갈 때에는 잘 의식하지 못했지만, 수용소에서 나와 다시 역으로 향할 때에는 섬뜩하고, 또 그만큼 초현실적인 인상을 받았다. 




이런 집도 있었다.



작센하우젠을 떠나기 전에 그곳에 있던 케밥집 한 곳에 들렀다. 케밥 대신 슈니첼 빵을 시켜 먹었는데 기본적인 조리 방법은 똑같았다. 맛은 괜찮았지만, 파리가 유난히 많아서 조금 불쾌한 기분으로 먹었다. 수용소의 잔상이 맴돌아 더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다시 기차를 타고 베를린으로... 베를린에서 함께 S반을 타고 왔던 다른 작센하우젠 방문객 상당수는 공교롭게 나와 같은 기차를 타고 돌아갔다. 내 관람 시간이 딱 평균치였던 모양이다.


숙소에 들어와서 잠시 쉬다가, 다시 나왔다.






베를린에서 가장 '핫한' 곳이라는 콜비츠광장에 찾아갔으나... 역시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관광객에게는 그저 다소 난해한 곳이었다.




이곳에서 저녁 식사를 해결하려 했지만, 마땅히 끌리는 곳이 없어서 그냥 구경만 하고 숙소 쪽으로 다시 돌아왔다.



저녁은 테이크아웃 중국음식으로. 미국식 중국음식처럼 엄청나게 감칠맛이 나면서도 푸짐한... 그런 맛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유럽에서 값싸게 먹기에는 괜찮은 선택처럼 여겨지는, 그런 맛이었다.



저녁을 먹고는 다시 운터 덴 린덴으로 왔다.



빌리 브란트 포럼.

아마 이날 운터 덴 린덴에 있던 하겐다즈 지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조금 사 먹었을 것이다. 수용소를 둘러보느라 여전히 음울하고 오싹한 감정이 가시지 않은 상태였기에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먹는 게 조금 위안이 되었다.



마찬가지로 다시 찾아간 소니 센터에는... 영화 [그린 랜턴]의 행사장 같은 것이 마련되어 있었다. 규모로 보아서는 출연 배우나 감독 등을 직접 초청해서 시사회를 열 기세였는데... 그냥 뭔가 귀찮다는 생각이 들어서 알아보지는 않았다.



포츠담 광장에 있던 베를린 장벽의 일부분. 



하루의 마무리는 이날도 맥주로 했다. '베를리너 바이세'라는 베를린 지방 전통 맥주였는데... 식초에 맥주를 섞은 맛이었다. 근데 아마 좋은 술집에 가서 따로 주문하면 맛이 좋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무튼 시중에서 병맥주 형태로 파는 이것은 그냥 상당히 시큼하기만 하고 별로였다.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나갔다. 이제 베를린 일정도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었고, 그와 더불어 유럽 여행도 거의 다 끝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