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 : 신고서점
주소 :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이문2동 257-685
전화번호 : 02-960-6421, 6423
규모 : 지상 2층
홈페이지 : http://www.singoro.com/
회기역 부근에 있는 헌책방 [책나라]에 방문했던 날, 그 근처에 있다고 보기에는 조금 멀지만 멀다고 보기에는 제법 가까운 헌책방 [신고서점]에도 찾아갔습니다. [책나라]를 자그마한 나라로 비유할 수 있다면 [신고서점]은 거대한 서점으로 일컬을 수 있을 것입니다. 천장이 제법 높은 1층에 빼곡히 들어선 서재로도 모자라, 그 위층까지도 책으로 가득 찬 공간이기에 그렇죠. 높은 책장에 진열된 책을 살펴보거나 꺼내볼 수 있도록 곳곳에 놓여 있는 사다리, 2층과 연결된 비좁은 철제 나선형 계단 등을 살펴보니, 유럽의 책마을에 있을 법한 고풍스러운 책방이 연상되더군요. 모든 이들이 은연중에 그리는 고전적인 헌책방의 모습이라고 할까요.
[신고서점]의 '신고'는 새롭고 오래되었다는 의미의 한자어일 것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아마 옛것이 곧 새로운 것이라는 함의가 담겨 있으리라 짐작되고요. 새 책이 어느덧 흘러가는 세월에 따라 헌 책이 되었듯, 이 거대한 서점 역시 한때는 밝게 빛나던 시절이 있었을 것입니다. 비록 인터넷 헌책방을 겸하는 곳이기는 하지만, 그 특유의 빛바랜 간판부터 그야말로 먼지가 폴폴 풍기는 듯 다소 어둡고 칙칙한 실내는 이 헌책방이 그동안 견뎌온 세월이 만만치 않았음을 증언해주는 듯했습니다(홈페이지를 참조해보니 1985년에 서점을 개업한 것으로 되어 있네요). 그러한 실내 한구석에 도서검색용 컴퓨터가 있다는 사실은 그래서 다소 어색하게 보이기도 했지요.
책방의 오른쪽 끝 부근에 있는 입구로 들어가면, 아직 분류되지 않은 책이 쌓인 공간이 나옵니다. 바닥이나 책장 위에 여러 분야의 책이 다소 어지럽게 쌓여 있는 셈이지요. 거기에서 왼쪽 안으로 들어서면 탁 트인 넓은 공간이 나옵니다. 이곳에는 사회과학 도서나 여러 고전문학 도서가 수없이 꽂혀 있는 책장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지요. 그 공간으로 이동하는 길목 옆으로는 낮은 문턱이 하나 있습니다. 그 문턱에 있는 콘크리트 계단을 따라 올라가 보면 복층으로 일컬을 수 있을법한 공간이 나오고요. 그곳에는 각종 문제집이나 수험도서도 꽂혀 있지만, 국내소설이나 만화 등이 꽂혀 있기도 하지요. 또한 창이 나 있기도 한데요, 이 창은 밖이 아닌 안을 향한 창입니다. 책을 분류하는 곳으로 보이는 공간을 그 창 너머로 확인할 수 있지요. 마치 헌책 스타디움의 관람석처럼 보이는 곳이었습니다.
2층으로 올라가는 철제 계단은 앞서 언급한 1층의 넓은 공간 중앙에 있습니다. 어린이는 반드시 보호자와 함께 올라가도록 당부하는 내용의 주의 문구가 적혀 있을 정도로 비좁고 위험해 보이는 계단입니다. 굳이 올라가더라도 특별히 볼만한 책은 없으리라 짐작하게 할 정도로 앙상한 골격의 계단이지만, 막상 그 계단을 올라가 보면 또 다른 헌책방 한 곳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묵직한 책장이 있는 공간이 나옵니다. 피아노교본을 비롯해 각종 예술서적, 철학, 문학비평, 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서적이 진열된 곳이지요.
그야말로 거대한 헌책방이어서, 정말 누구라도 이곳에서 자기 마음에 드는 책을 서너 권 정도는 찾아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구마] 헌책방처럼, 일하는 인원도 꽤 많아 보였습니다. 관련정보를 찾아보니 아버지·아들·사위가 다 함께 일할 뿐 아니라 아르바이트도 4명이나 고용해서 운영하는 곳이라는 내용의 글이 있네요(관련기사 링크). 2006년에 취재된 사실이니 지금은 사정이 조금 달라졌을지도 모르지만, 제가 방문했을 당시에도 기사에 실린 사진 속 인물을 포함한 여러 인원이 계속 쉬지 않고 책을 옮기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으로 미루어볼 때, 큰 틀은 바뀌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고구마]를 비롯해 이렇듯 인터넷 헌책방을 겸하는 거대한 헌책방은 보통 직접 방문한 이들이 특정한 책을 찾아달라는 요구를 했을 때 잘 들어주지 못하는 것 같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제 동행인은 자신이 찾고자 하는 책이 [신고서점]에 있다는 사실을 도서검색용 컴퓨터로 확인할 수 있었기에 그 책을 찾고자 했지만, 홀로 찾는 데 약간 애를 먹었습니다. 점원분에게 그래서 도움을 요청했고요. 점원분은 그러나 직접 찾아주지는 않으셨고(못하셨고) 자신도 그 책이 있을 법한 위치만 알고 있다며, 거기에서 찾아볼 수 없다면 차라리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는 답변을 주셨습니다. 그게 잘못된 일이라는 주장을 하려는 것은 아니고요, 그저 그러한 측면이 큰 헌책방의 한계처럼 여겨져서 조금 안타까웠을 따름입니다.
[신고서점]은 20년이 넘은 헌책방답게 다소 낡아 보이기도 했지만, 온라인 서점을 운영한 지 10년이 넘은 헌책방답게 체계가 잘 잡혀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책이 많아서 좋았지요, 아직 이 헌책방을 알지 못하는 분들에게 '신고'하고 싶을 정도로……(이 시원치 않은 언어유희가 언제쯤 등장할까 마음 졸이셨던 분들은 이제 안심하시길). 언젠가 회기에 들를 일이 없더라도 부러 찾아가고 싶을 만큼 인상적인 곳이었습니다. 홈페이지는 더욱 깔끔하고 좋네요. 앞으로 번창하기를, 이미 번창했다면 잘 유지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