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방문기

017. 목포 장미서점 : 바닷가에 잠시 들르다

아는사람 2009. 5. 29. 19:20




상호 : 장미서점

주소 : 전라남도 목포시 호남동 3

전화번호 : 061-243-8314

규모 : 지상 1층. 자그마한 규모.



광주에 찾아갔던 5월 중순, 원래는 광주에만 이틀 정도 머물 생각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기왕 떠난 것 더 멀리 떠나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바다가 보고 싶었어요. 아침 일찍 국립 5.18 민주묘지에 갔다 숙소로 돌아온 다음, 광주에서 제 식견으로 살펴볼 수 있는 웬만한 것은 다 보았다는 판단이 서자 주저하지 않고 기차역으로 향했습니다.


한 시간 남짓 기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바로 목포였습니다. 날은 무더웠지만 기분은 좋았습니다. 목포에는 처음 가보는 것이었고 딱히 알아간 정보도 없었기에 처음에는 약간 막막했죠. 하지만 곧, 어쨌든 바닷가에 왔으니 바닷가 쪽으로 가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했습니다.


목포역에서 목포 여객터미널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길을 잘 몰라서 처음에는 버스를 타려고 했는데, 버스 정류장을 찾으러 걷다 보니 어느새 여객터미널에 도착해있었죠; 걸어서 약 25분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여객터미널 주변에는 모텔이나 여관이 무척 많았습니다. 그 중 가장 전망이 좋을 법한 곳에 들어가서 방을 잡고 밖을 내다보았는데요, 정말 근사한 바닷가 풍경은 아니었지만, 바다가 보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더라고요.


바닷가를 보며, 무엇을 할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어느새 날이 어둑해진 터라 배를 타기는 힘들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혹시라도 목포로 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집에서 미리 적어간 헌책방의 전화번호를 꺼내 들었습니다. [장미서점]의 전화번호였죠. 시간이 늦었던 터라 일단 문 여는 시간이나 위치 등만 확인하고 다음 날 찾아갈 생각도 있었는데, 다음 날은 다른 볼일이 있어서 잠시 가게를 비우신다는 주인 분의 말씀을 듣고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장미서점]은 목포 여객터미널은 물론이고 목포역에서도 걸어서 가기에는 다소 먼 거리에 있는 곳이었습니다. 목포여고와 정명여고가 있는 정거장인 '목여고' 앞까지 가는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편한데요, 저는 2번 버스를 이용했습니다. 여객터미널과 목포역 등을 거쳐서 목여고 앞에 서는 버스였기 때문인데요, 아마 그러한 경로로 이동하는 다른 버스도 있을 것 같긴 한데 잘은 모르겠더라고요.

목여고에서 멀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장미서점]을 찾는 일은 꽤 힘들었습니다. 목포가 초행이었던 데다가 책방이 대로변이 아닌 골목에 있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아요. 굳이 찾아가보고 싶으시다면 책방에 전화하셔서 안내를 받으시는 게 가장 나을 겁니다. 가는 길을 여기에서 기억나는 대로 간략하게 설명해보죠. 정명여고 앞에서 아래쪽을 내려다보면 농협 건물이 보이는데요, 그 건물이 있는 곳에서 길을 건너가면 바로 진입할 수 있는 골목에 [장미서점]이 있습니다. 사실 그 농협 건물이 농협이었는지는 확실히 기억나지 않지만, 그 건물이 있는 곳 주변에 시장 비슷한 게 있었던 것은 기억나네요. 헌책방은 그 건너편에 있었고요.

[장미서점]에 관한 정보는 포털사이트의 지역정보란에서 확인한 상호와 전화번호밖에 없었기에 어떠한 곳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는데, 막상 가보니 걱정했던 것보다도 작은 규모의 헌책방이어서 실망스럽더군요. 학교 근처에 있는 책방 중에서도 유달리 교과서와 참고서가 많은 편에 속하는 헌책방이었어요. 일반 서적은 보통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 목록에서 볼 수 있는, 즉 인지도가 높고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책이 대부분이었고요.

광주에 있는 헌책방만큼이나 책값을 저렴하게 받는다는 점, 그리고 책 상태가 비교적 좋은 편이라는 점 등 장점으로 꼽을 수 있는 부분도 분명히 있긴 했지만, 아무래도 책이 별로 없다 보니 그러한 장점이 확 와 닿지는 않더라고요.


특별히 찾는 책이 없는지 책방 주인분이 거듭 물어보셨던 것으로 미루어볼 때, [장미서점]에 그냥 단순히 책을 둘러보러 방문하는 이들은 많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교과서와 참고서가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임을 알았더라면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었겠지만, 알지 못했기에 당황했던 셈이죠. 그냥 구경하러 거기까지 갔던 게 조금 민망하기도 했고요;


아무런 책도 구하지 못했던 것은 아닙니다. 평소 여러 헌책방에서 봤지만 새책방에서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는 이유로 사기를 꺼려왔던 몇몇 책이 이 책방에 워낙 좋은 상태로 있었기에 두어 권 정도 집어왔어요. 기왕 먼 길을 거쳐 온 곳이니 책방 주인분과 여러 얘기를 나누어보고 싶었는데, 성격 탓에 간단한 인사만 하고 나와서 조금 아쉽기는 했습니다.  

그날 저녁식사는 헌책방을 둘러보고 숙소로 돌아와 목포 여객터미널 근처에 있는 [세화정]이란 식당에서 김치찌개로 해결했는데요, 해산물이 들어가지 않은 평범한 찌개였음에도 웬만한 매운탕보다 얼큰하고 감칠맛이 나서 그 다음 날 점심에도 다시 들렀습니다. 음식으로 유명한 전라도의 음식점답게 저렴한 찌개 하나에도 밑반찬이 한 상 가득 나오기도 했는데요, 맛이 다 좋은 편이었지만 특히 생파래 무침은 정말 맛있더라고요:) 덕분에 파래라는 생명체를 새로운 관점에서 보게 되었죠. 

그 다음 날 아침에는 목포 여객터미널에서 출발해서 목포 인근 섬을 순회하는 배를 타보기도 했어요. 배가 들르는 섬 중에서 외달도를 제외하고라면 관광지로 볼 수 있는 곳은 없었기에 절경을 찾아보기는 힘든 뱃길이었습니다만, 좋은 면도 있었습니다. 외딴 섬의 주민이 육지와 섬을 오가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었다는 측면에서 그랬죠. 바다에 배를 타고 나가는 일이 흔히 경험해볼 수 없는 것이니만큼 그 자체로도 좋았고요.

소금기가 맴도는 바닷가 공기를 실컷 들이마신 다음 목포를 떠나는 발걸음은 홀가분했습니다. 평소 꼼꼼히 계획을 짜서 여행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막상 여행을 가면 계획과 상관없이 움직이는 일이 많아서 이번에는 계획을 짜지 않고 그냥 필요한 여행정보만 찾아서 갔는데요, 그만큼 혼란스러운 면도 있긴 했지만 나름대로 좋았습니다. 언젠가는 정말 기분이 내켜서 아무 데나 무작정, 사전정보도 없이 떠나는 일도 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