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이 뼈아픈 시기를, 나는 나만의 방에 갇힌 채 보내고 있다. 여행을 꿈꾸거나 자립을 생각하거나. 집안에 있을 때면 무슨 일을 하건 그 둘 중 하나에 몰입하게 된다. 오늘은 그 정도가 유독 지나쳐서, 어떻게든 복학한 다음에는 자립할 방법을(아니면 평생 여행할 방법을) 찾아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음에도, 밖으로 나가 만날 사람이 거의 없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인간이 홀로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은 도저히 못 하겠다. 타인을 기피하는 것은 보통 타인과 교감하는 것을 힘겨워하기 때문이지, 교감을 원치 않아서가 아니지 않은가.
요즘 며칠간 나에게 위안을 주었던 것은 [30 Rock]이란 시트콤뿐이었다. 그나마도 이제 다 봤으니, 희망은 거의 없는 셈이다. 발정 난 개처럼 지내다가도 영국 왕실의 멤버처럼 고상함을 떨곤 한다. 이러한 부조화 자체가 싫다기보다도, 이러한 부조화 속에서 이도 저도 제대로 할 수 없어서 속이 상하곤 한다. 광장에 나가지 않는 것조차, 타인과 쉽사리 어울리지 못하는 서투른 교제방식 탓으로 돌리고 있다. 이것은 정말 비겁한 변명, 비겁한 선언으로 들릴 것이다. 울고 싶을 때가 잦다. 따지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다들 비슷한 상황일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