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것은 착한 것이 아니야. B는 확신에 찬 어조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저 억눌린 것뿐이지. 표현하지 못하는 것은 표현하지 않는 것과 엄연히 다른 일이거든.
어느새 나는 다시금 미소를 짓고 있었다. B는 나의 미소를 무표정한 얼굴로 되받았다. 나는 아주 천천히 미소를 거두고, 그만 자리에서 일어날 것을 권했다.
버스 정류장 앞에서 차를 기다리며 B는 다음에 또 보자는 말을 건넸다. 그리고는 크게 입을 벌리며 하품을 했다. 나는 그의 풀어진 눈을 오랫동안 쳐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