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영화

[Cold Souls]

아는사람 2009. 7. 26. 08:55




[영혼을 빌려드립니다Cold Souls]라는 제목을 보고 영혼이란 단어가 지칭하는 모호한 대상에 대해서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말자. 그 단어는 단지 현대과학의 혜택을 받지 못한 우리 조상이 뇌의 기능을 오해한 데에서 비롯한 것이라며 매정하게 내치지는 말자는 얘기다. 그리고 한 번 생각해보자. 근대에 접어든 지도 어느덧 몇 세기가 흐른 요즘, 우리는 과연 과학적으로 이 인생을 감당할 수 있게 되었는가? 아니면 아직도 여전히 영혼과 비슷한 낡은 개념에 매달려야 할 정도로 혼란스럽게 살아가고 있는가? 

지치고 우울한 영혼을 잠시 내려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늘날에도 그리 드문 일이 아닐 것이다. 억눌린 욕망, 뒤틀린 관계, 좌절된 꿈 등으로 괴로워하는 현대인, 그들은 안식처를 찾는다. 무엇의 안식처를? 그렇다, 영혼의 안식처를! [영혼을 빌려드립니다]는 영혼을 사람의 몸에서 뽑아내어 따로 저장해둘 수 있다는 상상으로 그러한 욕망을 구현해낸 영화다. 

[이터널 선샤인]과 [존 말코비치 되기]의 찰리 카우프만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소재를 친숙하게 여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카우프만의 영향력이 아예 느껴지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이 영화는 카우프만의 거침 없고 다소 차가운 상상력과는 다른 무엇을 품고 있다. 그와 함께 작업했던 미셸 공드리나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현란한 연출기법을 이 영화에서 그대로 확인하고자 하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대신, 그보다 부드럽고 진지한 무엇을 기대한다면, 당신은 흡족히 극장을 나설 수 있을 것이다.

소소함, 따스함. 이 영화를 특징지을 수 있는 형용사가 있다면 그러한 것이리라. 폴 지아마티는 꽤 진지한 역할인 '폴 지아마티' 본인 역으로 등장하지만, 보고만 있어도 유쾌한 그의 얼굴 덕분인지 그가 처한 우스운 상황 덕분인지 그의 진지한 연기는 많은 웃음을 준다. 영화 역시 적절한 균형을 잃지 않은 채 이 영혼을 둘러싼 촌극에 어울리는 기발하고도 유쾌한 유머감각을 곳곳에서 드러낸다.

2009년 선댄스 영화제에 이어,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 경쟁부문에도 출품된 작품이다. 국내개봉이 결정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정확한 날짜는 정해지지 않은 것 같다. 무척 만족스럽게 감상했다. 파격적인 소재를 감성적인 코드로 읽어낸 결과물이랄까. 뻔한 통속으로 영화가 흘러가거나 마무리되지 않아 더욱 좋았다. 단, 큰 웃음을 기대하지는 말 것!

별점 : ★ (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