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영화

[OSS 117: Rio Ne Repond Plus]

아는사람 2009. 7. 25. 09:07




여기 정치적으로 공정하지 않은 또 한 명의 영웅이 등장했다. 이름하여 OSS 117.

007 시리즈의 패러디물임이 명백한 [OSS 117 : 리오 대작전]의 주인공 OSS 117은 프랑스 최고의 비밀요원이다. 그는 당연히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고, 잘생기긴 했으나 그만큼 느끼하며, 유머감각보다는 웃음소리가 더 매력적인 남자다. 잘생겼다는 사실만 빼놓고 보면 오스틴 파워와 유사하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배경은 60년대고, 미모의 이스라엘 요원과 함께 신나치 추종세력의 지도자를 타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OSS 117은 소수인종과 여성 등을 향한 차별(보다는 차별 발언)을 무차별적으로 하는 백인 남성이기에 정치적으로 무척 불공정하게 보이지만, 이러한 부분은 웃음을 위한 것이므로 너그러이 받아들일 수 있다. [보랏]의 보랏처럼, OSS 117은 불공정해서 공정한; 인물이다. 오히려 정말 정치적으로 공정하지 못한 캐릭터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항상 신사처럼 행동하는 007 요원일 것이다. 007이 맡은 역할은 117이 맡은 역할과 하등 다를 바가 없음에도 117과 달리 철저히 영웅시되기에 그렇다. 


[OSS 117 : 리오 대작전]은 한 매력적이고 허술한 비밀요원을 중심으로 가벼운 플롯을 따라 슬랩스틱 코미디와 화장실 유머를 구사하는 영화라는 측면에서 [오스틴 파워]와 그 궤를 같이한다. 미국의 여러 패러디물을 전적으로 벤치마킹한 듯한 이 영화는 그만큼 미국적이지만, 미국적인 코미디의 아류 정도로만 단정짓기는 어렵다. 가령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놀랍도록 멋지게 펼쳐지는 세련되고 기발한 영상이나, 가벼운 듯하면서도 우아한 취향의 음악은 프랑스 상업영화만의 독특한 매력이 어떠한 것인지 마음껏 느끼게 해준다. 

OSS 117은 007 시리즈만큼은 널리 알려지진 않았어도 나름대로 오랜 역사를 지닌 시리즈인 모양이다. 그 역사가 지속적으로 이어져 온 것 같지는 않고, 최근에야 다시 명맥이 이어져서 빛을 발하게 된 것 같다. 예전 시리즈도 이처럼 우스운 패러디물이었을지 궁금하고, 왜 국내에는 소개되지 않았던 것인지도 궁금하다.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 목록에서 이 영화를 보고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예매했는데, 걱정은 덜고 기대한 만큼 얻을 수 있었다. 국내개봉이 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개봉한다면, 극장에서 2시간 남짓 마음껏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싶은 이들에게(이것은 비꼬는 발언이 절대 아니다;;)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별점 : ★ (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