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기타 등등

트위터와 과제의 나날

아는사람 2010. 11. 27. 09:56


블로그 글 전체를 비공개로 돌려놓았다가 다시 모조리 발행 상태로 바꾸었다. 안 좋은 일이 있었고, 좋은 일도 있었다. 인생은 오로지 단 한 번만 여닫을 수 있을 뿐이어서, 여러 번 여닫아도 상관이 없는 이런 식의 공간만 자꾸 애꿎게 괴롭히는 것 같다.

전에도 썼던 말이지만 다시 말해보자면 요즘에는 트위터로 거의 모든 얘기를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점점 트위터라는 도구 자체에 대한 생각이 늘어간다. 정립되지 못한 채 흐트러지고 마는 것들이기는 하지만, 분명히 그런 것에 대해 생각할 가치는 있다고 여겨진다. 페이스북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는 모르겠지만, 이 나라에서 부는 미니홈피나 트위터의 열풍 같은 것에 비하면 그 양상은 초라하고 우습게만 여겨진다. [소셜 네트워크]가 정말 좀 유치하게 여겨졌던 것도 비슷한 맥락인 것 같다. 이것은 정말이지 '창립자' 한 명의 이야기만으로는 환원할 수 없는 도구이고, '온라인 가입자 수백만이 넘었지만 실제 친구 몇 명을 잃었다' 같은 자기연민조의 타령으로는 도저히 다 표현해낼 수 없는 수단이다. 하지만 물론 그것 자체도 나름대로 의미 있는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저 데이빗 핀처 감독이 싫은 것뿐이다...

트위터를 하지 않을 때에는 주로 과제를 한다. 과제는 여러 가지 다양하게 있다. 영화를 보고 장면별로 구성을 정리하는 것, 리포트를 쓰는 것, 문제를 풀거나 외국어 단어를 외우는 것, 책을 읽는 것, 그리고 온갖 장르에 걸친 글쓰기를 평하고 평 받는 것... 문예창작학과란 공간은 처음 입학했을 때에는 정말 진절머리나게 느껴졌고, 지금도 '오로지 문학'만을 외치는, 그러니까 속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온 입과 행동으로 외쳐대는 학우들을 보면(그러니까 쓰고자 하는 자의식만 있고 왜 쓰는지에 대한 회의를 깊게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은 이들을 보면) 혐오감이 들지만, 사실 정작 혐오 받아야 할 인간이 있다면 나로서는 우선 나부터 혐오해야 마땅하므로 그 모든 것은 사실 아무런 의미 없는 거부감이다. 중요한 것은 어쨌든 비슷한 뜻을 품은 이들을 상대적으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공간에서 어떠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점일 테고, 그것이 지옥 같을지라도 분명히 값진 일임을 이제는 확신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게다가 전공이 아닌 다른 수업을 들으며 느끼는 해방감 같은 것은 분명히 이 미묘한 공존과 대치의 상황에서 일시적으로나마 위안이 된다. 중요한 것은 진정 내가 이 삶을 버텨낼 수 있는 수단이 무엇인지 묻는 것뿐이다. 내가 홀로 골방에 틀어박혀 말도 안 되는 말을 쌓는 것 말고 달리 이 삶을 버텨낼 수단이 무엇이겠는가, 하는 질문을 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거의 1년 만에 다시 이 질문으로 돌아왔다. 그동안은 온전히 잊고 살았다. 다시 돌아오고 나니 다시 밖으로 나갈 수도 있겠지만 그러지 않는 편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또 모른다.

자기비하는 하지 않겠다. 잘못한 일도 있고 죄책감을 느껴야 할 일도 있지만, 그런 것 없는 인간이 어디 있나? 절대적으로 없다. 무조건 누군가에게는 욕을 먹고 폭력의 관계를 형성하리란 전제로 이 삶을 시작하면, 그래도 한결 나을 것이다. 이러나저러나 어차피 똥물이라면, 아예 처음부터 똥을 싸서 몸에 처바르고 돌진하는 편이 낫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표현이 심했다. 하지만 기왕 그런 요소가 있다면 그런 요소로 액땜하자는 뜻이다. 아니다. 그런 뜻은 전혀 없었다. 그냥 나오는 대로 지껄인 것뿐이다. 

방학 때에는 아마 트위터와 골방의 나날로 바뀔 것이다. 고골(『죽은 혼』), 정영문, 도선생(하지만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백치』를 다시 읽어보고 싶다), 존 르카레(『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곤차로프(『오블로모프』... 영화를 보았으니 한없이 맥이 빠질 것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순전히 기록의 의미로만 적어두는 것에 가깝다) 정도를 읽어보고 싶다. 그리고 다시 고독에 관한 기록을 남겨보고 싶다. 

아르바이트도 하면 좋을 텐데. 무슨 일이건 돈을 벌 수 있다면 할 마음이 있다. 하지만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