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기타 등등

ㄲㅜㅁ

아는사람 2009. 7. 1. 07:33
 


1

"남자 대부분은 그저 여자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하잖아. 그게 혼자 있는 것보다 불편하다고 해도 말이야. 그렇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만족스러워하지 못하는 남자도 있단 말이야."


2

세 갈래로 나누어진 돌담길, 언덕 위쪽으로 어떠한 여자와 함께 올라가려다 문득 저만치 골목 입구에서 친숙한 얼굴의 또 다른 여자를 마주한다. 반가워할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쨌든 아는 사람이니 용기 내어 인사를 건넨다. 그녀는 생각보다 훨씬 반가워한다. 함께 걷던 여자는 내가 곁에서 사라졌다는 것을 눈치채지도 못한 채 계속 돌담길 위로 올라가고 있다.


3

친숙한 얼굴로 나를 반가워했던 그 여자는 이제 나를 계속 죽이려 든다. 나는 어떻게든 그녀를 설득하고자 하지만 소용이 없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나는 완전한 죄인이다. 백번 죽어도 싸다. 그렇지만 그녀를 계속 설득하고자 한다. 그녀도 죄인이 되는 것을 막고자? 아니다, 그건 결코 아니다. 다만 나는…… 계속 설득하고 계속 실패한다.


4

그리고 고개를 돌렸을 때 내 목덜미에 칼이 꽂힌다. 그녀가 손아귀에는 여전히 강렬한 힘이 남아 있고, 그녀의 얼굴에서는 좀처럼 미소가 사라지질 않는다.


5

어머니에게 내가 아는 애니메이션을 몇 편 보여 드렸다. 어머니는 웃기도 했지만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이건 너무 잔인하다고 했다. 나는 어머니가 자리를 떠난 다음 잔인하다고 한 애니메이션을 감상했다. 그것은 실사 드라마였고, 거기에는 바로 칼을 쥔 여자의 손을 내가 붙잡은 채 낑낑거리는 장면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