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벨벳]을 보았다. 괴상한 B급 드라마와 무의식을 탐구하는 예술영화가 뒤섞여 있는 듯한 이 영화에는 안젤로 바달라멘티의 음울한 배경음악과 함께 친숙한 올드팝 두 곡이 흘러나온다. 'In Dreams'와 'Blue Velvet'이 바로 그 두 곡이다. 영화 속에 나오는 중요한(혹은 중요한 것 같은데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는) 대사 대부분은 이 두 곡의 가사에서 빌려온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로지 꿈속에서만 '그대'와 함께 있을 수 있음을 슬퍼하는 'In Dreams,' 사랑을 꽉 붙잡아두려 했지만 결국 그 기억만 남아 눈물을 흘리는 'Blue Velvet'의 주체들은, 비록 영화가 화창한 날씨 속에서 끝을 맺음에도 그 음울한 바탕을 지탱한다.
데니스 호퍼가 연기한 프랭크 부스는 꽤 인상 깊은 인물이었다. 인물에 대한 평가에 앞서 매혹될 수 있을 만한 악역이랄까. 매혹된다는 것은 일반적인 의미에서라기보다는 변태적인 측면에서 그러하다. 아버지와 아기를 넘나들며 한 여성과 다소 괴상한 성적 관계를 유지하려 드는 이 인물로부터 오이디푸스를 읽어내는 것은 그리 엉뚱한 일이 아닐 것이다. 린치의 다른 인물과 마찬가지로 그러한 특성이 다소 피상적으로 제시되기는 하지만, 그 피상적인 면만으로도 쉽게 지나치기 힘든 인물이었다. 연기도 물론 뛰어났다고 생각한다.
[블루 벨벳]의 노골적인 '옷장 안에서 훔쳐보기' 장면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린치의 영화에는 얌전한 학생의 관음증에서 비롯한 것만 같은 측면이 두드러지곤 한다. 한 평론가의 글을 읽어보니, 데이빗 린치는 굉장히 얌전하고 예의 바른 사람이라 한다. [블루 벨벳]은 그 누구에게도 추천하고 싶지 않은 영화였지만, 나는 오늘도 린치의 다른 영화를 보고 싶어하고 있고, 운이 좋으면 또 한 편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의식은 거부하지만 무의식은 갈망하는 영화로 표현하면 적절할까나. 음, 아무튼 [블루 벨벳]을 보았다. 이사벨라 로셀리니가 생각만큼 아름답지 않아서 조금 실망스럽긴 했지만, 로라 던이란 여배우를 발견할 수 있어서 좋았다.
별점 : ★★☆ (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