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부끄럼 타는 여자 아니에요.) 데이빗 린치의 영화는 소위 말하는 B급 영화에 근접한 무엇이라 생각한다.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과 감독상을 받은 감독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그의 영화를 이루는 여러 요소는 덜 다듬어져 있다. 가령 배우들의 연기가 그렇다. 그의 영화 속 인물은 거의 항상 너무 극적으로 비명을 지르거나 울음을 터뜨리곤 하는데 그럴 때면 나의 얼굴 역시 다소 일그러지곤 한다. 그들의 고통에 공감해서라기보다는, 그들의 표현방식이 너무 표면적이어서 그렇다. 진정 슬프거나 놀랐을 때 인간은 오히려 완전한 침묵과 무표정의 세계에 접어드는 것 아니던가. 린치가 그럼에도 거장으로 평가받는 이유가 있다면, 그가 영화 속에서 자신만의 영화적인 어법을 찾아낸 독창적인 영화인이라는 데 있을 것이다. 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