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기타 등등 68

시국선언

많은 이들이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이 뼈아픈 시기를, 나는 나만의 방에 갇힌 채 보내고 있다. 여행을 꿈꾸거나 자립을 생각하거나. 집안에 있을 때면 무슨 일을 하건 그 둘 중 하나에 몰입하게 된다. 오늘은 그 정도가 유독 지나쳐서, 어떻게든 복학한 다음에는 자립할 방법을(아니면 평생 여행할 방법을) 찾아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음에도, 밖으로 나가 만날 사람이 거의 없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인간이 홀로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은 도저히 못 하겠다. 타인을 기피하는 것은 보통 타인과 교감하는 것을 힘겨워하기 때문이지, 교감을 원치 않아서가 아니지 않은가. 요즘 며칠간 나에게 위안을 주었던 것은 [30 Rock]이란 시트콤뿐이었다. 그나마도 이제 다 봤으니, 희망은 거의 없는 ..

후회할 일만

후회할 일만 늘어가고 있다. 자신감이 문제라고들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자신감을 지니는 게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다. 자신감은 자기객관화의 노력이 전제되지 않을 때 후안무치함으로 돌변하기 마련 아니던가. 경계를 찾고, 그 경계를 세심히 검토하다 보면 역시 어렵다는 생각만 들고, 그 생각은 또 다른 자신감의 감퇴로 이어진다. 간혹 이러저러한 세부를 잊고(혹은 유념하며) 자신 있게 무엇인가를 추진해보기도 하지만, 결과는 엉망진창이기 일쑤다. 그러니, 어찌하랴. 빛은 물론 있다. 그러나 누군가가 지적했듯이, 그 빛은 이 지상의 존재를 위한 것이 아닌 것 같다. 아니면 적어도 나를 위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어둠 속에서 그러므로 기록한다, 극장에서 생을 마감한 한 시인을 생각하며 : "평생 미친 듯..

여러 가지 - 2009년 6월 1일

1 인간관계를 꾸려나가는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이 있다면, 나는 아마 가장 낮은 점수를 받는 것으로도 모자라 채점자의 경멸 어린 눈초리를 받으며 시험 주최 측의 응시자 모집 담당자로부터 "다시는 귀하가 이 시험에 응시하지 않기를 기원합니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받을 리는 없겠지만,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을 수는 있을 것이다. 모든 사람이 저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문제점을 안고 살아가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란 데까지 생각이 미칠 때면, 이러한 나의 문제가 인류의 한계로 여겨져서 위안이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역시, 상대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나처럼 아주 사소한 문제만 생겨도(혹은 생길까 두려워하며) 폐쇄적이고 소심하게 관계를 끊는(혹은 애당초 관계의 성립 자체를 포기하는) 인간은 별로 없는 것 같다는 생..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 다녀오다

(5월을 맞이해서, 광주 거리에는 이렇듯 5·18 민주항쟁과 관련된 현수막이 걸려 있었습니다.) 1. 5월 13일, 별 계획 없이 광주로 떠났습니다. 별 계획이 없었던 만큼 무계획적으로 돌아다녔습니다만, 어떻게든 두 곳은 꼭 들러보자는 마음은 먹은 채 돌아다녔죠. 한 곳은 광주고 앞 헌책방 거리였고, 다른 한 곳은 바로 국립 5·18 민주묘지였습니다. 원래는 5월 18일에 국립 5·18 묘지에 다녀오면 좋으리란 생각을 해보기도 했지만, 날이 날인지라 워낙 사람이 많을 것 같아서 미리 다녀왔습니다. 헌책방 간판이 아닌 다른 것을 찍으려 카메라를 사용한 것은 꽤 오랜만이었습니다. 그마저도 전시물을 찍은 사진이 대부분이라서, 사진다운 사진은 찾아보기 힘들지만요. 어수룩한 부분, 모자란 부분이 있더라도 그냥 너..

2008년 크리스마스 카드

MERRY CHRISTMAS! Happy New Year 크리스마스에 나홀로집에 앉아 영화 [나홀로집에]를 보는 일을 싫어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저는 나홀로집에 있는 것도 그럭저럭 괜찮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영화 나홀로집에도 좋아하는 편입니다. 곱씹어도 봐줄만하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죠. 사랑스러운 케빈과 함께 보내는 크리스마스는, 그냥 단지 외롭기만 한 것이라면, 굳이 불평할만큼 끔찍한 것으로 여겨지지는 않네요. 명동거리나 강남역 혹은 청계천 같은 곳에서 소중한 누군가와 손을 잡고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지 못하는 처지에 대한 변명이겠지만, 사실 인간은 원래 누구나 다 홀로 존재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젊을 때 고생 사서 한다는 말이 있듯이, 젊을 때 외로움은 사서 할 만큼 소중하지는 않아도 나름대로 겪어볼만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