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는 역시 조용하고 따스한 노래를 들어야 한다. 제임스 조이스와 말라르메의 책을 빌려 왔다. 차갑고, 날카롭고, 미세한 글을 읽고 싶어서 그랬을 것이다. 오전에 조이스의 단편 몇 개와 말라르메의 『시집』에 황현산 평론가가 붙인 편지글 형식의 해설을 읽었다. 조이스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서정적이고 외로운 주체를 다루어낸 작가라는 감상이 들었다. 하지만 『더블린 사람들』은 그의 초기작이다. 문학사적으로는 이것을 바탕으로 그가 내디딘 발걸음이 더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바탕이었다는 사실은 꽤 각별하게 여겨진다. 조이스는 그 자신이 말하고자 했던 것이 문학이되, 그 자신이 사는 시대의 문학은 그것을 말하는 방식 그 자체라고 생각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피네간의 경야』의 원문을 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