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도서관에 가보니 초등학생이 그리고 쓴 시화가 여러 점 전시되어 있었다. 주제는 시간·여름·방학 정도로 미리 주어진 것 같았다. 찬찬히 둘러보다 보니 구름에 관한 한 학생의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구름이 동글동글하다느니 푹신푹신하다느니 하는 식으로 다소 뻔한 설명을 하다가 마지막에 '내 마음에 따라 구름도 바뀌네'라는 구절을 집어넣은 글이었다. 내 마음에 따라 구름도! 아, 거 참 초등학생치고는 괜찮은 통찰력인데, 하며 거만한 평가를 마치고 다른 작품을 둘러보다가 도서관 밖을 내다보았다. 오전에 내린 비의 흔적은 한 줌도 보이지 않았고 감당키 힘든 햇살만 있었다. 거 참 지겹도록 내리쬐는군, 하며 도서관 밖을 거닐 때는 몰랐는데 집에 와보니 '내 마음에 따라'가 생각났다. 거 참 지겹도록 살고 있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