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 탄 시체와 사고가 난 차량. [벨라미]는 아름다운 풍경을 응시하다가 문득 그러한 피사체를 보여줌으로써 영화의 도입부를 마무리한다. 그리고는 폴 벨라미 형사가 등장한다. 제라르 드빠르디유가 연기한 이 사내는 처음에는 전혀 형사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범인의 지문이나 단서를 찾아 헤매는 대신 외딴 별장에서 아내와 함께 낱말퍼즐에 열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서전까지 펴낸 유명한 형사인 그에게는 그러나 사건이 찾아오고, 그는 그 사건을 굳이 거부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죽고 난 다음 그 죽음의 배후를 파헤치는 형사가 등장한다면, 흥미진진한 스릴러물을 기대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벨라미]는 그러나 그러한 기대를 아주 침착하게 저버리는 영화다. 오늘날 관객을 지나칠 정도로 극적인 몰입과 전율..